대학입학도 일종의 ‘경제 행위’

경제적 비용의 개념 중 중요한 것으로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무엇인가 경제적 행위를 하려고 선택할 때 그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다. 경제적 행위는 물건을 사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효용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모두 경제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내일 볼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기회비용이 너무 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시험준비를 하기 위해서 여자 친구와 만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떨까? 기회비용은 주관적인 비용이다. 또 기회비용의 크기는 구체적으로 지불하는 돈의 액수가 같을지라도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주요 공연이 주로 주말에 몰리는 것은 기회비용을 크게 해서 이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평일 오전에 공연을 하면 사람들은 공연보다는 일상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회비용이 작은 것이다. 그러나 주말에는 공연을 포기하는 대가가 커서 차라리 일상의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통상 주말 오후의 강의는 출석률이 낮은 편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학생이 수능을 치른 후 대학에 입학하려는 결정도 일종의 경제적 행위로 볼 수 있다. 본인과 부모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인생에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선택이며, 선택의 결과가 나머지 인생의 경로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하려는 결정을 기회비용과 관련하여 생각하면 좀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한 학기에 등록금, 도서구입비, 용돈 등 어림잡아 6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4년 동안 지출하는 비용은 모두 4,800만원이다. 이 비용은 부모가 내던 대학생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내던 명시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러나 실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만일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하는 경우 일년에 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취업시 4년동안에 벌 수 있는 4천만 원은 대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 된다. 그래서 실제 대학 입학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4,800만원이 아니고, 기회비용을 더한 8,800만원이 된다. 물론 이때 기회비용은 실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 처리시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기회비용이며, 당연히 경제적 비용의 개념에 들어간다. 기회비용을 감안하고서라도 대학을 다니려는 사람은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기회비용의 크기가 변한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대학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것들이 작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진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실력을 닦지 않거나 적성이 다른 공부를 한다면 아마도 4년 후에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면 4년 후에 생각하기를, 처음에는 작아 보였던 대학 입학의 기회비용이 나중에 엄청나게 컸다는 것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해야 하고, 일단 시작한 뒤에는 열심히 해야 한다.
기회비용의 개념이 선택할 때의 문제라면 『선택과 집중』은 선택과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한 전략이다. 우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세월이 지나서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도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서로 다를 때에는 자신이 앞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느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저것 조금씩 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자기가 선택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것저것 다하는 경우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기업의 경우 근로자의 저임금에 의존하여 부를 축적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기업의 전문화·일류화가 나아갈 방향이듯 개인의 경우에도 전문화가 앞으로의 중요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좋은 선택과 그 선택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에서 학과가 나누어지더라도 우선 교양과목을 먼저 듣고, 전공의 경우에도 원론이나 개론을 먼저 공부한 후 각론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기초가 없는 『선택과 집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기회비용은 경제적 행위를 하려고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다.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