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제로 논쟁을 벌이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종교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그동안 종교문제 때문에 국가간 크고 작은 전쟁이 수없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종교분쟁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종교분쟁이 언제 종식되려는지…. 예수·성모 마리아·부처·마호메트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는 전쟁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이단시하고 핍박하기 때문에 생명을 걸고 싸우는 것이겠지만,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 될텐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아무튼 우리나라도 조선말 천주교를 이교(異敎)·사교(邪敎)라 하여 천주교도들을 박해하고 죽였던 적이 있었다. 이때 천주교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순교하였다. 종교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각설하고 지금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믿는 종교 이외의 타종교를 이단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극소수의 사람들이 십자가나 성모 마리아상, 불상 등을 훼손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우리를 실망시킨다. 이같은 광신도들이 항상 골칫거리이다. 또 목사·신부·승려들 가운데 아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타락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종교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상대방 종교를 인정안하는 신자들이나, 돈냄새나 풍기는 등 종교인으로서의 자세가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 이외의 타종교를 이단시하거나 사이비 종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민속문화의 하나인 장승까지 이단시해 불태워버리는 작태는 용납할 수 없다. 유럽, 특히 카톨릭이나 기독교 계통의 국가에서도 문화재를 보호하지 이런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는다.
필자가 종교에 대해 문외한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종교를 믿는 것은 구원받기 위해서 아닌가? 그리고 종교인들은 성당이나 교회, 절 등을 크고 화려하게 짓는 것보다, 진정한 구도자 정신 아래 수행에 정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주지(周知)하다시피 조선왕조는 건국 때부터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았다. 이처럼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을 시행했지만, 절에 가는 것을 강제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물론 왕족이나 사대부들이 부처를 믿으면 비난과 제재를 받았지만, 부녀자들이나 평민들에게는 관대했던 것 같다. 어쨌든 불교를 탄압 배척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실에서 불상을 만들려고 하여 조정 신하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미암일기』에 이런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주상께서 다음과 같이 비답하였다. ‘지금 계사(啓辭)를 보니 족히 한 번의 웃음거리도 되지 않는다. 가령 내가 불교를 숭봉한다 할지라도 옛적부터 내려오는 불상이 퍽 많은데 새로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으며, 하물며 이교(異敎)를 숭상해서 복을 받았다는 것을 듣지 못했으니 부처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느냐? 더구나 불상을 만들고 부처를 만들기 위하여 수은과 황랍을 구해들인다는 말은 만약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자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트집을 잡으려다 잡지 못하자 감히 스스로 말을 지어낸 것에 불과한 것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들었느냐? 나는 끌어다 분별하고자 한다.’ … 사간원(司諫院)에서 다시 계하였다. ‘지금 성상(聖上)의 비답을 받자옵고 더욱 황송함을 이기지 못하옵니다. 전파된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온데 만약 하나하나 끌어다 심문하기로 들면 어찌 위무(魏巫)를 시켜서 임금을 비방하는 것을 정탐하는 것과 다르오리까. 전하께서 학문이 고명하시니 신 등은 확실히 이교에 현혹되시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지금 전하의 분부가 이와 같이 틀림없으심을 보면 족히 전파된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사옵니다. 그렇지만 올바르지 못한 사용은 부처를 받드는 한 가지 일에만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오라 조금이라도 예(禮) 아닌 것을 범하게 된다면 부정이 아닌 것이 없사옵니다. 전하는 어찌 뚜렷이 사유를 제시하여 모든 신하들의 의혹을 해소시켜 주지 않으시옵니까?’ 하였다.”
선조(宣祖)가 불상을 만들려고 하자 조정 신하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이로 인해 선조와 신하들은 서로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선조는 불상 건립을 없던 일로 한다. 조선 왕조 역대 왕들 가운데에는 세조(世祖)처럼 사찰을 방문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원한 왕들도 있다. 그렇다고 불교를 신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왕비를 비롯하여 왕가(王家)나 사대부가의 여인들이 절에 가 불공을 드리는 경우는 흔했다. 그러나 왕이나 사대부들은 불교에 관심을 갖거나 부처를 신봉할 수 없었다. 특히 공식석상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였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종교가 있는 사람은 진심으로 믿기를 바란다. 그리고 타종교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성철 스님·한경직 목사·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들도 그러셨는데, 하물며 우리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