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본성과 가능성을 들여다보게 한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의 생애를 놓고 퍼즐 맞추기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겨우 몇 개의 조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는 영국의 스트랫포드-어폰 에이본에서 1564년에 태어났다. 부친은 존 기글미어 셰익스피어란 이름의 돈 많은 상공인이었는데, 지주였고 글러브를 제조하는 사업도 했다. 덕분에 셰익스피어는 라틴어, 그리스어, 영문 수사학 등을 잘 배울 수 있었다. 열 여덟 살 때에 자신보다 여덟 살 연상의 여인 앤 헤더웨이와 결혼해서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 후 런던으로 갔고, 거기서 한두 편의 희곡과 소네트 등을 썼으며, 상상 속의 세계 뿐 아니라 역사 속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썼다.
셰익스피어는 4백년 이상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그가 남겨놓은 작품들은 영국 정통 문학작품 목록의 핵심이었고, 세계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스트랫포드에 가보면, 브리티시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SC)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고, 백만 개는 될 것 같은 기념품 가게들이 무수히 들어서 있어 ‘셰익스피어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느끼게 한다.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그의 희곡 속에 창조된 모습으로, 또는 영화 제작자, 작가, 예술가 그리고 스트랫포드-어폰 에이본 상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으로 우리의 문화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다. 뭔가가 ‘감쪽같이(into thin air)’ 사라질 때, 또는 ‘배꼽 빠지게(into stitches)’ 웃을 때, 심지어 ‘완전히 죽은(dead as a doornail)’것 같다라는 표현들을 쓸 때, 우리는 셰익스피어 문학에 담긴 정신과 그가 쓴 단어들을 떠올린다. 무대 또는 극장에서 그를 지켜보는 동안 우리는 진짜 훌륭하고 먹음직스러운 셰익스피어 파이를 먹게 된다.

헐리우드가 셰익스피어풍의 행복감에 다시 한 번 빠져들면서, 우리는 그의 희곡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각색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라이온 킹>(‘사바나의 햄릿’이라 할 수 있겠다)부터 좀더 색깔이 분명한 케네스 브래너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작품들까지 영화로 만들어졌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나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를 통해 셰익스피어는 그 어느 때보다 유명해졌다.
그러면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문학작품이 어떻게 4백여년을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 아마도 냉혹한 악한, 교활하게 사람을 조종하는 자, 멍청한 하인, 신비한 요정, 괴기스러운 유령, 변덕스러운 떠돌이 방랑자, 우울하고 비탄에 잠긴 영웅, 매력적인 연인, 눈 먼 연인,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연인, 잠자는 여왕, 겁 많은 왕, 영리한 광대, 그리고 바로 ‘인간의 정신!’이란 모습으로 지속되어 왔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잠깐 동안이라도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우리의 본성과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문이 되어 준다. 우리 자신이 지쳐 있는지 아니면 편안한지, 상처 받았는지 아니면 사랑하는지, 멋진 항해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간만 빈둥빈둥 보내고 있는지, 한탄을 하는지 축하를 하는지 등등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기도 한다. 정복하거나 정복당하고, 이기거나 진다! 우리는 살고, 죽고, 울고 웃는다! 이 모든 것과 더불어 더, 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젊은 셰익스피어 팬들을 위한 보물창고엔 놀랄 만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
한편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이 있다.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 복장을 한 세 남자가 펼치는 유머의 결정판으로,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코미디 공연 사상 최장기 공연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 연극은 5백년 전에 활동했던 세익스피어는 희극, 비극, 역사극, 시 등 모두 37개의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의 문학 작품들은 만인의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에서는 이 전체 작품을 단 97분 동안 단 세 명의 배우가 100개가 넘는 배역으로 소화해낸다. 1999년부터 순회 공연을 하고 있는 이 호주 단체는 유머와 현대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공연 내내 객석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순식간에 흘러가므로 크게 눈과 귀를 열어두지 않으면 <장미의 전쟁> <리어왕>에서 왕국을 나누는 장면, <오셀로>에서 데스데모나를 교살하는 장면 등은 놓치기 쉽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극들은 길고 때론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세익스피어의 모든 것’에서는 누구나 그의 극들을 쉽고 재미있게 따라잡을 수 있다.
김명범<대중문화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5학기>

▲ 4백년 이상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장면.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