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각판’은 요지부동일까?

지난 20일 일본 후쿠오카 북서쪽 45㎞ 앞바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의 여파로 부산·경남지역에서 진도 2~3정도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 여진으로 인해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했으며 도내 언론사와 기상청, 119소방상황실에는 지진에 놀란 시민들이 지진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또 기상청이 지진 발생 27분여가 지난 뒤에서야 지진해일주의보를 발령해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과 지진 발생 후 1시간에 지나도록 홈페이지에도 관련 정보를 올리지 않아 질책이 쏟아졌다. 다행히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밝혀졌다.
또 작은 여진에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할 만큼 안전대비책과 시스템은 미흡했다.
이렇게 작은 여진에도 나라 전체가 우왕좌왕했던 첫 번째 이유는 관련 시스템의 부재이다.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일본에서는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5분 이내에 무조건 지진 해일 특보를 내리지만, 우리나라는 지진파와 일본의 정보를 분석하고 일본 방송을 모니터 한 뒤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 최근 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이후 기상청은 재해알림기능 강화 대책을 강구했지만, 일본과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경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 일본이 수백억 원을 들여 구축한 ‘지진현상관측시스템(E-POS)’은 한 해 1백억 원씩 경비를 들여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가지진정보시스템(NEIS)’는 2002년 7억원을 들여 마련하는데 그치고 있어 예산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에 현재 기상청은 오는 6월쯤 일본식 예보 시스템을 도입해 해저지진이 발생하면 10분 안에 경보를 발표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한·일간 핫라인 개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늑장대응이다. 기상청은 해일보다는 지진피해를 우려했고 종합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지진발생 27분이 지난 후에야 해일주의보를 내린 것이다. 또 일본은 자동으로 해일주의보를 내린 반면 한국은 22분이 지난 뒤에 지진해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번 늑장대응과 관련해 감사원은 재난 발생 시 예·경보 시스템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는 ‘국가 위기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 실태’감사를 실시했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지진해일정보를 10분 이내 발표할 수 있도록 원스톱 통보 체계를 올해 안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이유는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이다. 강진으로 인한 피해는 남의 일쯤으로 생각하고 있어 지진에 대한 위험성의 인식이 부족함은 물론 지진 발생시 대처방안에 대한 지식 또한 거의 없다. 이번 지진의 공포를 직접 몸으로 체감한 시민들이 충격을 받고 불면증, 정신착란, 신경쇠약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도 체감한 사람들에 한정되며, 서울이나 수도권 일대에 있는 사람들은 이 여진 또한 남의 일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만큼 지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안전 상식 또한 익히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필요하다.
최근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본의 쓰나미(지진해일)가 10년에 1회 꼴로 우리나라 동해안에 피해를 주고 있고, 지난 마지막 피해가 1993년에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근래 쓰나미가 찾아올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만큼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진방재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상한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서 갖춰야 할 것다. 나아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가상훈련 및 적극적 홍보를 게을리 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법석을 해봐야 소용이 없듯, 지금부터 드러난 문제들을 차근차근 되짚어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난 20일 일본 후쿠오카 북서쪽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