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새 시대의 새 가치관, 배려하라

“어떻게 보면 장기기증은 기쁨을 주는 일 같아요.”
장기기증 특집방송 취재차 방문한 한국 방송을 맞아, 내내 조용히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뽀흐띠에 부인이 겨우 한 마디 했다. 뽀흐띠에 부부는 99년 교통사고로 20대의 아들을 잃고, 아들의 심장을 기증하였다.
“심장은 사랑이나… 뭐, 너그러움 이런 것들의 상징이기 때문에 아들의 심장을 기증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후, 아들의 심장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남편이 이 말을 하자.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났던지 한 마디하고는 다시 미소를 띤 수줍은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요즘 MBC ‘느낌표!’란 프로그램에서 각막기증에 대한 방송을 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시각장애인이 각막을 이식받으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지만, 또한 각막이식이 한 사람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감동을 받고 있다.
우리 운동본부는 ‘느낌표!’와 함께 2005년을 ‘각막기증의 해’로 선포하고,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다행히 엄청난 호응으로 답해주는 국민들이 많아 힘을 얻고 있다.
나는 기업가로 잔뼈가 굵었고, 지금도 내 본연의 직업은 기업 경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본부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운동본부가 존재하지 않으면, 5만여 명의 장기이식대상 환우들의 희망도 꺼지는 것이며, 생명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정신을 배운 사회가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이유 때문에 수락했다.

운동본부 휴게실에서 조촐한 이사장 취임식을 가진 후, 내가 제일 먼저 직원들과 한 것은, 내가 기업을 경영하다 타협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본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 비디오의 내용은 숯 굽는 업으로 인해 산이 황폐해지고, 황폐해진 자연 속에서 마을 사람들도 온갖 다툼과 범죄가 늘어가자 모두 떠난 그 곳을 생명으로 되돌려 놓은 한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에니메이션이었다. 그 사람은 그저 묵묵히 나무를 심어갔고, 되살아난 자연 속으로 사람들이 되돌아와 행복한 마을을 이루어갈 때, 그는 더 깊숙한 산으로 들어가 계속 나무를 심어갔다. 그래서 이 글을 쓴 작가 외에는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본부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가를 일깨워주고 싶었다. 즉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본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공유하며 나아갈 때만이 존재의 이유가 있으며 영속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고, 또한 그 일은 자신을 드러내며 수선떠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시 말해 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얻은 환우들과 가족들의 환희와 기쁨을 줄 때 가치가 있다는 것 말이다.
이사장직 수락이후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직원들에게 독려한 것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고귀하고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어떤 좋은 일도 우리가 원칙에 따라 일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바로 보고, 장점은 남에게 나눠주고, 단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이 받음으로써 아름다운 퍼즐그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 우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하반기부터 그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를 낚아챘고, 거대 방송국인 MBC ‘느낌표!’와 함께 이 운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은 생명을 살리고, 개인과 가족, 사회에 기쁨을 주는 일이며, 국가의 경제도 살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매우 숭고하고 가치 있게 정리하는 고귀한 일인 동시에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생의 마지막 봉사이다. 그러나 그 일을 통해 뽀흐띠에 부인의 말처럼 기쁨은 다시 되돌려 받게 된다.
결국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남을 배려하는 삶은 결국 자신의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소중한 일에 젊은이들이 함께 하길 진정 기대한다.
한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