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담겨있는 그들만의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지인의 소개로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 어떤 공연인지 사전 지식 없이 간 것이 결론적으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유인 즉 어떤 선입견도 없이 객관적인 눈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명의 남자가 무대위에서 노래하며 왠지 들썩이는 어깨를, 그리고 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리듬을 리드하는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 팀의 이름이 ‘W’이다.
영어 알파벳의 23번째로 ‘W’의 명칭은 이중의 u(double u:v)에서 연유한다. 화학에서는 텅스텐(wolfram)의 원소기호이고, 전기공학에서는 와트(watt)의 기호이다. 이외에 west(ern)(서쪽, 서부), weight(무게), week(s)(주), width(너비) 등의 약자로도 쓰인다. 그러나 이 팀의 이름은 바로 ‘Where The Story Ends’ 약자의 ‘W’이다.

1990년대 중반 그루브 넘치는 리듬과 맛깔스런 멜로디를 담은 장르를 선보이며 인기를 누렸던 코나. 코나에 몸담았던 뮤지션 3명이 결성한 남성 3인조 그룹 W(Where the Story Ends의 약자)가 데뷔 앨범 ‘안내섬광’(眼內閃光)을 내놓았다.
멜로디 메이커인 코나의 리더 배영준을 중심으로 코나 5집으로 작곡가로 데뷔한 김상훈, 코나 5집에 참여하고 현재 DJ로 활동중인 한재원 등 3명이 그 멤버다. 사실 이들은 2001년 ‘Where The Story Ends’란 밴드명으로 소규모 인디레이블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나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밴드명을 ‘W’로 개명한 뒤 최근 러브홀릭, 클래지콰이, 이승열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실력파 뮤지션을 보유한 레이블 플럭서스를 통해 약간의 수정을 거쳐 앨범을 내놓았다.
이 앨범은 쉽게 말하면 러브홀릭의 대중적인 멜로디와 클래지콰이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의 중간 쯤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타이틀곡 ‘Shocking Pink Rose’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강조하면서도 대중적인 흡인력 넘치는 멜로디가 배어 있다. 1970년대 로큰롤과 80년대 중반의 뉴웨이브 사운드가 떠오르는 퓨전 스타일의 곡으로 러브홀릭, 이승열, 클래지콰이 등 플럭서스 뮤지션들이 코러스로 힘을 보탰다.
6번째 트랙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는 밤새 작업을 하는 만화가가 키우는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 냈다. 1990년대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의 느린 템포의 담백한 발라드로 후렴구의 멜로디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곡은 러브홀릭의 지선의 목소리를 덧입혀 11번째 트랙에 다시 실렸다.

첫번째 트랙 ‘소년세계’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차 속에서 듣기 좋을 만큼 경쾌하고 상쾌하다. MBC 드라마 ‘좋은 사람’의 O.S.T를 통해 미리 발표했던 멜로디가 빼어난 ‘Let’s Groove’, 퓨전을 추구하지만 일렉트로니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밴드 성격을 대변하는 ‘High Way’, 몽환적인 느낌과 은유적인 가사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Bubble Shower’ 등이 실려 있다.
그밖에도 송두율 교수를 모티브로 썼다는 ‘경계인’, 일본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에서 아이디어를 따 온 ‘은하철도의 밤’ 등 13곡이 담겨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그들의 앨범커버는 그들의 음악과도 관련 있을 것이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그들의 음악에 장르적 구별은 무의미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 하나는 전자음의 향연이라는 것이다. 언더에서의 그들의 활동은 라이브의 실력 향상 뿐 아니라 생동하는 호흡력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흔히 요즘 부르는 그르부감의 원산지이며 내 몸을 들썩이게 하고, 리듬을 타게하는 멜로디 라인 때문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르부’를 ‘흥’이라 표현했었다. 그 의미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건 ‘W’가 만들어내는 그르부는 ‘흥’인게 확실하다.
서정적인 곡도 몽환적인 곡도 또 록큰롤과 뉴웨이브까지 그들의 음악엔 ‘흥’이 담겨있다. 세련되고 쟁쟁한 실력을 갖춘 흥겨움, 이제 한번 퓨전음악의 리듬에 몸을 맞겨보자.
김명범<대중문화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5학기>

▲ ‘Where The Story Ends’의 2집 자켓사진(왼쪽)과 멤버들(왼쪽부터 배영준, 한재원, 김상훈)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