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고용확대가 불합리한 차별 키웠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이 법안은 5백40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평균 65%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근로여건, 사회보험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하여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을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사업주가 같은 파견근로자를 3년 이상 고용한 후에는 직접 고용해야 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임의해고를 제한하며 비정규직을 임금·해고 등에서 불합리하게 차별하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파견근로 범위를 확대해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고착화하는 악법이라며 비정규직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는 정규직 노조가 올해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노동기간과 파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의 현실 상 단순히 법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법안 자체에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국회 회기가 가까워질수록 그 논란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과 차별을 금하기 위해 나섰으나 미흡한 법안으로 차별을 개선하기보다는 제도 자체를 보호하는 역할밖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법안을 제시하지 않아 어느 것이 합리적인 이유의 차별이고 부당한 차별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차별의 문제가 기회의 차별인지, 임금과 같은 결과의 차별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차별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차별 원인에 대한 파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차별이 판정되면 1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무거운 처벌을 두고 있어 법적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차별에 대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권을 얼마나 대변해 줄지도 의문이다.
현 실태를 보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금, 근로조건상의 차별 뿐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혜택, 국가에서 제공하는 4대 사회보험에서도 소외되어 있으며 최저임금과 체불임금에 대한 법적 보호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직장 안에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차별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들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당연시 여기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즉,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왜곡된 노사관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간의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31일 국회는 노·사·정대표자 대화를 제안했으나 한국노총이 노사 당사자간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최소 5백만명을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노사간만의 대화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노동계가 비정규직 보호에 대해 뜻을 같이 한만큼 타협하여 올바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 되어야 하며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보호 법안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는 것 이전에 노동시장에서부터 차별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사회 구성원간의 타협이 있어야 함을 알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며 정부 또한 미흡한 법안을 보완해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간의 참다운 평등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란다.

▲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