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움에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남들 피하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삶

“제가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것은 다 가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격려와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 일을 선뜻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9일 소방간부후보생 교육을 마치고 경기도 이천소방서 구조대장으로 활동 중인 김령아 동문은 소방공무원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가족’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 동문은 병원 응급실 간호사와 보건교사 생활을 하며 부주의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며 소방공무원 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보건교사로 생활하면서 무척 정체된 듯한 느낌에 갑갑했습니다. 워낙 성격이 활발하고 활동적이다보니 다른 일을 찾게 됐고, 가족들이 소방공무원 일을 하고 있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재난현장에서 현장지휘관으로 뛰어야 하는 소방직이 저와 잘 어울린다는 남편의 권유도 큰 힘이 됐죠.”
그렇게 결심을 하고, 소방직에 뛰어들었지만 1년간의 소방후보생 교육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12㎏이 넘는 공기통을 매고, 땀이 흡수가 되지 않는 방화복을 입고 산악구보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산을 뛰고 나면 땀이 물 흐르듯 쏟아지고, 힘들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은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었다.
“다섯살밖에 안된 아이와 1년여 동안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아이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맡아 키워주시는 친정어머니와, 시댁식구들에게도 죄송스러웠지요. 남편에게도 제대로 아내 노릇을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겐 마음의 무게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쁨이 더 컸다. 해난구조를 위한 스쿠버 훈련이나 헬기 레펠 등의 새로운 경험은 그녀를 설레게 했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왔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딛었기에 화염 속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도움에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이 있는 이 일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구조대장으로 남을 구출하는 것은 물론 구조대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가이드 역할까지 담당해야 하는 그녀는 큰 일을 맡은 만큼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성 소방간부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성 구조대장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남성하고 다른 점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소방직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지만, 적성에 맞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느 직업보다 훌륭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방직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여자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능력 있는 여성들이 소방공무원직을 택할 수 있는 하나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그녀는 가족들과의 대화도 즐겁다. 그 동안은 소방에 대해 알지 못해 대화에 낄 수 없었지만 이젠 가족들과 한 자리에 모여 나누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일에 행복함과 성취감을 느낀다며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대학에서 공부한 간호학에 관한 지식과 실무에서 쌓은 구급지식을 이용해 인명 구조와 구호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녀의 당찬 포부에서 앞을 향해 뛰어가는 용기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뛰어나올 때 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세상 어느 직업보다 숭고함이 필요한 직업이며, 그만큼 힘든 일이리라. 사람들이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나의 안위와 재산만을 중요시하는 요즘, 오늘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그녀를 보면서 용기와 희생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