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고,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와 정치인, 보수언론과 우익인사들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여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한 일본대사는 자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몰상식한 망언을 서슴지 않고 하였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이러한 황당무계하고 파렴치한 주장은 영토야망과 우경화, 독도 주변의 수산자원 및 해저자원(석유·가스)에 대한 욕심 때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결여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니 과거 식민통치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UN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몰염치하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이 이러한 작태를 오만방자하게 행할 수 있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이런 더러운 꼴을 당하는 법이다. 언제까지 이같은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몰지각한 망언이 나올 때마다 ‘사후약방문’격으로 대응하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일본의 이같은 책동과 망언은 일본 정부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치밀한 대비책을 수립하여 강온전략을 병행하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간도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이나 중국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국력이 약한 나라는 항상 대접을 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특히 외교사절의 경우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미암일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천사(天使)가 묘시(卯時)에 모화관(慕華館)에 도착하여 사시초(巳時初)에 근정전(勤政殿)으로 들어왔다. 주상께서 먼저 이르러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조복(朝服)으로 조칙(詔勅)을 지영(祗迎)하여 전(殿)에 오르게 하고, 사배(四拜)를 세 번하고 무도(舞蹈)를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산호(山呼)를 하고, 예(禮)가 끝나자 백관이 물러나왔다. … 중국 사신이 진·사시(辰·巳時)에 성균관에 당도하였으므로 내가 상사(上司) 세 사람 및 관반(館伴) 노수신(盧守愼)·원접사(遠接使) 정유길(鄭惟吉)과 더불어 중국 사신을 영접하여 성전(聖殿)의 뜰에 들어가 공자(孔子)의 신위(神位)에 참배하고 향을 올리면서 전후로 네 번 절을 했다. 그리고 전(殿)에 올라가서 독( )을 열고 공경히 봉심한 다음에 명륜당(明倫堂)으로 나와 앉았다. 원혼(元混) 등 여덟 재상이 두 사신 앞에 나와 각기 두 번 절하는 예를 마치고 물러가고 성균관 당하관원들이 또 나와 두 번 절을 하고 물러갔으며, 뭇 유생(儒生)들은 뜰 아래서 두 번 절하는 예식을 거행하기를 두 번이나 했다. 중국 사신은 재상의 절에 대해서는 답례하며 읍(揖)하고, 당하관원의 절에 대해서는 다만 서서 손만 들고, 유생의 절에 대해서는 역시 답례하여 읍을 하였다. 앉을 때에는 재상들은 서벽(西壁)에 놓인 의자에 앉고, 사신이 하는 말이 있으면 서로 공경하여 반드시 함께 손을 모아 위로 올렸다. … 메고 지고하여 가지고 간 물건이 33짐이나 되고, 오늘 선물로 준 물건들은 유치(留置)해 두고 갔다. 비록 탐욕이 많은 사람이지만, 무오년(戊午年)의 명사(明使) 왕본(王本)·조분(趙賁)에 비하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한다. … 동평관(東平館)에 창산전( 山殿)이 보낸 왜인 상사(上使)승려 2명으로, 두 중의 이름은 창흥(昌興)과 상운(祥雲)이다. 부관(副官)이 1명이니 귤강광(橘康廣)이다. 선주(船主) 7명과 반인(伴人)은 계상(階上)에 앉았다. 약과상(藥果床)은 높이 7매(昧) 7작(爵)을 차렸는데, 매번 먼저 객인(客人)에게 주고 우리 쪽으로 가져갔다. 나와 참의(參議) 강공(姜公)은 함께 동벽에 앉고, 왜인은 서벽에 앉혔다. 왜인들이 처음 와서 인사를 할 때에 우리 두 사람은 교의(交椅)에 걸터앉은 채로 받고, 그들이 절을 다하고 손을 들 때에 우리도 손을 들었다. 술은 아래로부터 먼저 주어 마지막에 참판에게 이르렀다. 나는 잔을 들어 서로 소리를 하고, 다 마신 뒤에는 또 잔을 들어 서로 보였다. … 연(宴)이 끝나자 왜인들이 서열순으로 꿇어 앉았다. … 두 중이 각기 시를 청했다. 귤강광(橘康廣)이 말이 지루하고 사기(辭氣)가 불평함이 많아 꺾어버렸다.”

명사(明使) 접대와 그 폐단, 왜사(倭使) 접대에 대하여 유희춘이 사실 그대로 기록한 내용이다. 여기서 선조(宣祖)를 비롯한 조신(朝臣)들의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의식과, 명나라 사신에 대한 지나친 예우, 그리고 명나라 사신들의 작폐 등을 통하여 당시의 대명(對明) 관계의 실상을 간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왜사(倭使)에 대한 조정의 접대가 명사(明使)의 접대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조선의 왜(倭)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과 외교정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명나라 사신들은 당하관 정도의 낮은 벼슬인데도, 이들에게 극진한 예(禮)를 갖추어 접대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알고 있는 명나라 사신들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로 인한 폐단 역시 적지 않았다. 반면 왜(倭)의 사신들에 대해서는 문화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듯 폄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력이 미약하면 제 밥그릇도 못 찾아 먹는 법이다. 부국강병과 자주외교의 필요성을 재삼 절감케 한다.
금년은 을사늑약의 치욕을 당한지 1백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망언을 일삼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경제대국·군사강국이 되어 그 치욕의 한을 풀어주었으면 한다. 이울러 동북공정이나 간도문제도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국가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이여! 이를 잊지 말고 우리의 힘을 기르는데 앞장서자.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