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 낸 고속철 ‘G7’

‘세계에서 네번째로 고속철 운행에 성공, 선진기술과의 격차 10% 따라잡기위해 밤, 낮이 없다’
320, 330… 352.4km의 속력으로 달리는 고속철도 ‘G7’은 점차 속도를 높여가며 철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철도기술원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의 김기환 단장은 프랑스,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시속350㎞의 고속철도 운행에 성공했다.
김 단장은 한국형 고속철 개발이 지난 96년 ‘선도기술개발사업(G7)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돼 현재까지 8년여 동안 개발을 이끌었던 한국형 고속철의 산증인이다. 김단장은 우리대학 기계공학과 졸업 후 독일 아헨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곧바로 이 일을 시작했다.
“시험운행 당시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출발 때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한 걱정으로 부담감이 앞섰지요. 하지만 열차의 속도가 310, 330㎞ 그리고 350㎞ 가 넘자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말 못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새벽 1시 광명역을 출발한 고속전철 G7이 시속 352.4㎞를 넘으며 꿈의 속도를 돌파하자 열차 안팎에 있던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부둥켜안았다. 떨리는 가슴으로 열차에 올랐던 김 단장도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TX 열차를 타보셨나요? 알다시피 운행중에 승객들은 속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죠. 열차의 운전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의 주변 상황만을 인식하는 것뿐이죠.”
한국형 고속철과 프랑스의 기술제휴로 지난해 4월1일 첫 운행 한 KTX와의 다른점은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로 열차의 심장부인 엔진이 KTX와는 달리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졌고 중량감을 덜하기 위해 열차의 외부를 스틸에서 알루미늄으로 교체했다. 마지막으로 열차운행 네트워크 시설을 국제표준기술로 제작해 열차의 껍데기에서부터 심장부, 핏줄까지 우리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현재 실험운행중인 고속철은 2007년 하반기 운행 예정이다.
“시험차량의 성공적인 실용화를 위해 현재 건설교통부, 현대중공업 등 8개 기관이 모여 밤낮으로 시험운행중 입니다. 지금 우리 기술로 350km 이상의 속력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만 국내 지형의 여건상 그 이상의 속도로 운행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속도 실험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대신 열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저와 모든 연구진이 노력할 뿐이지요.”
사업 초기에는 시험운행 전용철로가 없어 KTX의 운행이 끝난 한밤중에야 시험운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낮에도 KTX의 운행과 약간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비교적 순조로운 시범운행을 진행 중이다.
“초창기 고속철 시운전 과정에서 직원들이 다치고 기기가 폭발했을 때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곧 있으면 일반인들도 고속철을 탈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일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또 외국의 기술력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우리의 기술이 전혀 손색없습니다. 지난 96년 과학평가원 조사에서 외국과 비교한 차량 기술수준이 23%에 그쳤던 것이 2003년도에는 88%까지 성장했습니다. 제가 보아온 현 기술력으로는 90%이상 가까워 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나머지 10%, 5%를 어떻게 따라 잡을 것인가가 관건이지요. 앞으로는 노하우(knowhow)가 아니라 노와이(knowwhy) 인 것이죠.”
모든 이에게 있어 자신이 도전한 분야에서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쉬지 않고 연구에 매진해 왔다. 한국형 고속철 G7이 상용화가 되는 날이 이제 겨우 2년 남짓 남았다. 마라톤으로 치면 42.195㎞ 중에 결승점을 두고 8㎞ 남짓 남겨둔 것이다. 누군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도 이제 남들에게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게 화려한 찬사를 받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