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교사> <학생> <학부모>
“공교육 정상화의 길” “리트머스시험지” “사교육 더 부채질”

고등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지난 7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은 교육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자살한 학생들을 추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교육부는 불법집회 참가 시 징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어 이번 집회를 막으려고 해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 마스크를 하고 참가해야 했다.
학생들이 촛불을 든 까닭은 지난 4월 17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등급제’ 중심의 입시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내신등급제란 학생부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성적등급을 일정비율로 나눠 9개의 등급으로 고정시킨 것이며 상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게 된다. 내신등급제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적용되며 시험문제가 쉬워 만점자가 속출할 경우 1등급이 없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수능시험의 동점자에게 상위등급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내신성적은 동점자에 대해 중간석차를 적용해 등급을 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는 사교육 방지를 위해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의 ‘3불(不)정책’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입시에 내신 반영비율이 높아져 학업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점자 방지를 위해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져 매 중간, 기말고사마다 수능을 치는 것과 같은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다. 교실 안의 친구들은 서로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인성교육 문제와 하향 전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평가기준이 내신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논술과 면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에 대한 과외와 높아진 시험 난이도로 인해서도 사교육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새 입시제도를 반기고 있으며 공교육의 정상화도 이룰 수 있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과거 절대평가를 하던 내신에서는 시험문제가 쉬웠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문제 출제에 있어서도 쉬운 문제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묻고 싶은 문제를 낼 수 있어 학생들 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교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과제를 내주어도 예전에는 ‘귀찮다’고 해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현재는 과제 제출율도 높고 내용도 좋아졌다며 내신등급제의 긍정적인 면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 내신등급제를 보도하는 관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에 열린 촛불집회도 자살 학생을 위한 추모제였으나 언론에서 내신등급제에 대한 반대 집회로 보도하면서 교육부도 과잉대책을 세우게 된 것이다. 아직 대학별 전형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신등급제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주의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명목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다시 상대평가로 바뀌며 희생되는 것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계속 변하는 제도에 혼란스러워 하며 학부모는 공교육이 부실하면 부실한대로, 강화되면 강화된 대로 사교육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점수 위주의 입시제도가 계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내신등급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화를 인정해주고 새 대입제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우려하고 있는 학업부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입제도를 이해하고 비판하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한다. 학생들은 대학별 입학전형이 발표되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전형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 내신등급제는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나 학생들은 학업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