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시장에 라틴계인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난 17일 결선투표에서 제임스한 현 시장을 누르고 133년 만의 첫 라틴계 시장의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LA에선 어느 누구도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한인들의 후원이 큰 힘이 되었다” “우리 모두가 이겼다. LA는 하나다. 우리는 함께 LA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LA시민들은 그가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다”라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연설했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는 지난 1953년 LA인근 몬테벨로에서 멕시코 이민자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는 술에 취할 때마다 어머니를 구타했다. “술 취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릴 때마다 두려움에 떠는 동생들과 부엌 식탁 밑에 숨었다”고 말했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어머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손찌검을 일삼던 아버지는 비아레이고사가 5살 되던 해 가출을 해 어머니 나탈리아 아코스타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 어머니는 쏟아지는 피곤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책을 읽어주었고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며 회고한다. 그의 청소년기도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자퇴를 2번이나 하는 등 사춘기 때 방황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중퇴자인 비아레이고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업에 열중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생님의 보살핌 때문이었다. 보일하이츠 루즈벨트 고교의 영어교사 헐만 카츠는 비아레이고사에게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 학교로 돌아오도록 충고를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에 필요한 SAT를 치를 수 있도록 시험등록비를 대신 내기도 했다. 그의 삶은 결손가정의 유복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빌 클린턴의 일생과 비교되기도 한다.
UCLA에 진학해서는 노조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노조운동을 하면서 다른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과도 단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얻은 타협의 마술사란 별명은 아직도 따라다닌다. 강력한 노조 중의 하나인 교사노조의 핵심인물로 활동하던 비아레이고사는 1994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선출되면서 넓은 정치무대로 진출했고 6년 뒤인 2000년에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비아라이고사 당선자는 “시장이 되면 한인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일반시민과 자주 접촉을 하겠다. 차이점은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을 LA 경제의 핵심으로 삼겠다며 중국이나 일본을 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장소가 아닌, 주요 교역대상국으로 한국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인의 ‘효’ 풍습과 멕시코계의 부모공양 전통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며. 10년 넘게 계획 중인 ‘한인노인센터’를 자신의 임기 중에 건립하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4년 동안 어떻게 LA를 꾸려갈지 지켜 볼 일이다.
<LA 미주 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