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권리침해” 국적법 개정 “당연한 조치”
지난 4일 원정출산 등으로 인한 병역기피 등을 막기 위한 국적법중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에서 찬성 1백89명, 반대 6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이에 최근 국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적은 천부적 권리이므로,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반대의 의견과 “병역회피, 원정출산 등 사회적 위화감 조성행위를 원천봉쇄 해야 한다”는 찬성의 의견 대립이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개정국적법은 일시적으로 출국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해 외국 시민권을 갖게 된 사람은 병역의무를 다했을 때라야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부모가 유학생이나 재외공관원, 상사 주재원 등의 신분으로 외국에 일시적으로 머물던 중에 현지에서 낳은 아들이 이중 국적을 취득한 경우다. 또한 이중국적자가 17살까지 국적을 선택하게 돼 있는 현행법률을 개정해 18살에 병역의무자 명단에 오른 뒤 3개월 안까지만 선택을 마치도록 해 병역의무만 다한다면 당사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개정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법안 발표를 앞두고 병역회피를 위한 국적포기 신청자들이 과거에 비해 1백배 이상 급증하자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병역면제를 이유로 국적을 포기한 이들에게 부동산거래·금융거래·외국환거래·의료보험·교육 등에서 재외동포의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을 추진해 오는 6월 임시국회를 통해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적포기 신청자는 줄어드는 반면, 국적포기철회자가 평소보다 7배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개정국적법에 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한 조치다”라며 환영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서 2만9천2백2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당연한 조치’에 93.8%가 지지를 보냈다(5월 20일 기준). 찬성자들은 국민의 의무와 형평성을 강조하며,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자녀의 병역회피를 위해 원정 출산을 하는 등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 의원도 “원정출산과 부유층 자제들의 병역회피를 막기 위해 정상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서는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말한 바있다.

그러나 개정국적법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론자들은 이중국적을 이용한 병역기피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상 인권 침해의 소지가 높은 만큼 이를 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의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국적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법적인 제재의 대상은 이중국적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한 사람들이지 이중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국적은 사람의 정체성(正體性)을 확인해주는 징표며, 천부적 인권인만큼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국적을 거추장스런 족쇄처럼 여기고 헌 옷 벗듯 손쉽게 버리고 있다. 그들은 해외에 나가 살 만큼의 여유가 있고, 앞으로도 여유있게 살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해외 여러 나라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재외 거주 국민들까지도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거주 영주권자들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해서 새로운 ‘영토확장’을 도모하는 시대에 이번 개정법이 시대 착오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적 포기자의 99%가 남자이고, 15~18세가 많은 것을 보면 병역의무가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병역이 의무인 나라에서 의무를 기피하기 위한 원정출산이 5천여 명이 넘는 지금 이번 국적개정법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간디는 “권리의 진정한 근원은 의무다”라고 말했다. 천부인권을 존중받기 위한 근원은 내 주권의 의무를 다하는 일일 것이다.

▲ 지난 12일 국적포기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국적업무 서울 양천구 목동 담당 창구가 북적였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