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도 또 다른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CJ홈쇼핑 쇼호스트 류상(연영과·00졸) 동문
“컴퓨터 구입하신 지 2년이 되지 않으셨다면 오늘 이 방송을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스사양에서 386으로 그리고 486으로 매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컴퓨터가 3년이 지난 분들은 오늘 이 방송을 집중해 주세요.”
CJ 홈쇼핑 쇼호스트 류상 동문,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쇼호스트가 방송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동기를 유발해 내기 위해서이다.
“제품을 팔기 위해선 구매자에게 ‘왜 이 상품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인식시켜야 해요. 무작정 소비자들에게 이 상품이 좋으니 꼭 사라고 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구매자의 동기를 먼저 유도하고 신뢰를 얻은 뒤에야 상품의 장점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그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자를 맡고 있는 윤호진(예술조형대학·연극영화과) 교수의 권유로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름도 없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서울에서부터 지방공연을 마치고 난 뒤 그는 정식 오디션을 거쳐 브로드웨이까지 건너가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던 중 지난 99년 선배의 권유로 당시 39쇼핑 입사시험을 보게 된다.
“서류시험과 면접에 합격한 저는 3개월간의 혹독한 연수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매번 상품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사원 출입증인 카드키(card key)를 회수해갔는데 다음날 카드키를 받지 못한 사원은 자동탈락 되는 거였죠.” 서류시험에 합격하고도 그는 8주간의 연수과정을 거쳐 비로소 5개월 만에야 정식사원이 될 수 있었다.

“쇼호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방송에 적합한 발성과 목소리 그리고 끼를 갖추고 있어야 해요. 홈쇼핑의 특성상 목소리만으로 제품을 설명해야 하니 신뢰감 있는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죠. 또 아무리 목소리가 좋더라고 카메라 앞에서 입을 떼지 못한다면 쇼호스트로서의 끼를 갖추지 못한 것이겠죠.”
지난 수년간의 연극 활동을 통해 그는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자신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쇼호스트로서의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한 회사의 제품만을 팔수 없는 직업의 특성상 그는 하루이틀의 간격을 두고 경쟁사의 제품을 팔기도 한다.
“어떤 브랜드는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또 어떤 제품은 에너지효율이 뛰어나죠. 쇼호스트는 어떤 회사의 제품이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장점과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어필하며 제품의 구매를 유도해 내는 것이지요.”
쇼호스트 생활 6년차인 그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도 주변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직업병’ 생겼다. 방송중 PD와 의사소통을 위해 귀에 끼고 있는 이어피스 때문에 자신이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다른 사람들의 얘기가 훤히 다 들린다는 것.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설명을 하고 있어요. 또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 하죠.”
쇼호트들에게는 대본이 없다. 이제는 제품 설명 카달로그 1장만 보고도 2~3시간의 방송을 무리없이 할 수 있지만 처음 방송을 준비하는 제품은 보름 전부터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회사에 직접 교육을 요청해가면서까지 제품을 꼼꼼히 살핀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그 나라의 상품을 알아 간다는 것은 곧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한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있었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