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좋은 꿈만 꾸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야 할 나이에
우리의 학생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내신등급제를 반대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4백여 학생들의 절규는
부끄러운 우리시대 교육의 자화상 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결코 만능(萬能)의 공부기계가 아닙니다.
시험도 잘 봐야하고 수행평가도 잘 해야 하고
국·영·수에 이제는 예체능까지 과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은
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하루가 손가락 마디보다도 짧습니다.

상대평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은 친구를 잃게 했고
내신의 비중이 커지면서 열네번의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심적 불안은 극점에 다달았습니다.
결국 자신의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택한 친구의 죽음을
애도(哀悼)하며 89년생들의 슬픔과 절망만이 광화문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나 촛불시위를 통해 조용한 울림으로 표현된 이들의 외침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교육당국은 대책마련을 위해 여러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라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고식지계(姑息之計)의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