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다이어리 만화를 그리다

호문쿨루스란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을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소인이다. 연금술사들은 생명의 창조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기계로 만든 인조인간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인조인간을 화학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만 이렇게 생겨난 아이는 일반적인 인간의 아이보다 작기 때문에 호문클루스라고 불린다.
실제로 파라켈수스가 호문클루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호문쿨루스란 라틴어로 ‘Homullus(작은 사람)’라는 의미이다. 호문쿨루스는 이름 그대로 난쟁이인데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거인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주의 깊게 키우기만 하면 호문쿨루스는 아무런 가르침 없이도 지성을 지니게 된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호문쿨루스는 연금술을 통한 인공적인 생명의 창조라는 의미 외에도 순수한 이성의 산물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 호문쿨루스는 증류기의 유리 속에서만 살수 있고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

난데없이 ‘호문쿨루스’가 무슨 소리인가? 난장이! 인조인간! 이라 어리둥절하겠지만 ‘야마모토 히데오’의 만화책 ‘호문쿨루스’가 오늘의 주제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 단어의 어색함은 만화책을 펼치는 그 순간에도 시작된다.

고급 호텔과 홈리스들의 공원 사이로 난 작은 길에는 몇 주 전부터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여느 홈리스와는 달리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나코시 스스무. 홈리스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나코시 스스무를 찾아온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실험에 참여하면 70만 엔을 주겠다는 흥미로운 제안과 함께.
자동차의 기름값을 대기 위해 실험에 동의한 나코시 스스무는 작은 드릴로 구멍을 뚫는 시술을 받는다. 고대인들은 이 시술이 인간의 제 6감(sixth sense)을 깨운다고 믿었다. 무사히 시술을 마친 그날부터 나코시 스스무의 눈앞에는 괴상한 세계가 펼쳐진다. 멀쩡한 사람도 왼쪽 눈만 뜨고 보면 머리가 잘리거나 팔이 두개거나 기괴한 나무 모양의 형상으로 보이게 된 것. 그것은 저마다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진실, 거짓을 벗어던진 영혼의 형상이었다.
도쿄의 밤거리 건달들과 마주선 주인공 나코시 스스무 그는 왼쪽 눈으로 두목을 바라본다. 커다란 로봇 안에 울고 있는 작은 소년 그는 분명 칼을 꺼내들어 그를 협박하지만 왼쪽 눈으로 보이는 그 로봇은 한손의 작두팔로 반대 손의 새끼손가락을 자르려고 하고 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그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와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주인공 나코시 스스무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모두 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행동일 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경험으로 혹은 교육으로 익혀온 지식의 축적은 의식 속에 저장되며 무의식을 누르고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의 하층부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는 충분히 광활하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과도 같은 것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의식 속에 갇혀있는 무의식은 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곧 무의식의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만화속 주인공이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이렇게 사람들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 속에 갇힌, 침식속의 본 모습을 그리고 의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진실의 모습을 바라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호문쿨루스’는 4권 까지 나온 상태이다. 그러니 그 어떤 결론도 없다. 물론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를 끝내고는 있지만 작가 야마모토 히데오가 하려는 그리고 주인공 나코시 스스무가 하려는 말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김명범<대중문화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5학기>

▲ ‘야마모토 히데오’가 그린 만화책 ‘호문쿨루스’. 일본에서 발간된 작품(왼쪽)과 국내에서 번역 발간된 작품(오른쪽).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