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내·자립 30년 옥수야학의 힘
‘한강벌~ 굽어보는 옥수 중턱에/ 사랑으로 우뚝 선 궁전이 있네… 가꾸자 꿈의 동산 옥수 학교/ 빛내자 진리의 샘터 우리의 모교’
1976년 옥수동 한 귀퉁이에서는 힘찬 교가가 울려 퍼지며 공부를 향한 열정을 가진 어린 직업 소년들의 꿈을 이루는 ‘옥수야간학교’ 의 개교를 알렸다. 옥수야간학교는 우리대학 학생들로 교사가 구성된 야학이다. 처음에는 직업 소년들의 배움터가 되었고 2000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정고시반과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사랑이 넘치는 이 학교가 문을 연 지 29년이 지난 지금, 옥수야간학교의 고참 선생님 강주희 양과 새내기 선생님 한재준 군을 만났다.
“지난 1년 동안 함께 공부한 학생이 검정고시에 오늘 합격했어요. 오늘 같은 날 정말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강주희 양은 활짝 웃으며 시험에 합격한 제자 자랑을 늘어놓는다. 비록 엄마 나이뻘되는 제자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학생인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열심히라고. 그녀가 옥수야간학교의 선생님이 된 지 벌써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옥수야간학교의 교사는 1년 6개월 동안 활동을 하기 때문에 강 양은 곧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고참 선생님이다.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과외 선생님께서 야학에서 활동하는 것이 멋져 보여 야학 교사의 꿈을 키웠다. 야학이라는 것이 상상했던 것처럼 멋진 것만은 아니었지만 과외 선생님께서 말하시던 그 보람과 기쁨을 어느새 알 수 있게 됐다. 강 양은 검정고시반 지도 뿐 만아니라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치면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함께 웃으며 게임을 하다보면 그 분들이 장애인이라거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친구로써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매일 야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이곳에서 나눈 정과 보람이 있어 나이가 들어도 잊을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이번 달부터 처음으로 검정고시반 영어를 가르치는데 많이 떨리고 걱정돼요.”
옥수야간학교의 교편을 잡게 된지 갓 한 달이 지난 한재준 군은 조금 있다 열릴 입학식에서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잔뜩 설레는 모양이다.
교사를 시작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도 소중한 제자가 있다. 국립재활원에서 글짓기를 가르치는 그는 처음에는 장애인을 대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제자의 늘어가는 글짓기 실력처럼 돈독한 정도 쌓였다. 평소에는 천진하기만 한 또래와 같은 대학생이지만 선생님이기 때문에 위엄 있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앞으로 퇴임할 때까지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꾸준히 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옥수야간학교의 교훈은 ‘사랑·인내·자립’ 이다. 사랑으로 가르침이 시작되고 인내로 배움을 이루며 이로써 많은 학생들이 자립하는 것. 이 교훈대로 옥수야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검정고시로 우리대학에 입학해 그 학생이 다시 배움터에 교사로 일하는 가슴 벅찬 역사가 옥수야간학교에 그대로 서려있다. 이것이 옥수야간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마음속 등불에 기름이 되어 ‘형설지공(螢雪之功)’ 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