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참된 사람’을 길러 낸다
모든 체벌은 감정적인 매질로만 단정하는 풍조 아쉽다
‘교편을 잡다’라는 말은 흔히 ‘교사가 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교편’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교사의 회초리를 말한다. 교편을 잡는 것과 교사가 되는 것이 동일시 되는 것은 교사에게 있어 회초리가 필요함을 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교원평가제 도입 문제로 내신성적, 촌지 등을 비롯해 체벌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기러기 아빠’가 캐나다 벤쿠버에서 유학 중인 16세의 아들에게 매를 때려 캐나다 법원에 기소돼 우리의 교육방식의 하나인 체벌권이 외국으로부터 도전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스승과 제자간의 체벌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제자를 감정적으로 체벌하는 교사와 교사의 훈계와 체벌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항심을 갖는 학생들이 생겨나 체벌도구의 크기, 체벌장소, 매의 횟수 등을 제안하는 ‘체벌규정’이 등장했다. 미디어에서도 체벌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감정적으로 무자비하게 학생들을 체벌하는 교사의 모습, 체벌에 반발해 교사를 신고하는 학생의 모습, 학교에서 아이를 체벌하자 부모가 교사에게 모욕적인 언어를 퍼붓는 모습 등으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 옛날 서당에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 것은 서당 교육의 일부였다. 또, 몇 해 전 어느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결의로 학교를 신뢰하고 가정에서도 자녀교육의 모범을 보이고자 대나무나 싸리로 만든 ‘사랑의 매’를 학교와 교육청에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는 체벌에 대한 찬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체벌의 바른 의미를 찾아 ‘사랑의 매’가 남아있는 여주의 서봉서당을 찾았다. 서당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교실 안에 훈장님이 앉을 방석과 책상이 있고 그 옆에 회초리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대나무 뿌리로 만들었다는 회초리는 은희문 훈장이 어디를 가든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서당에 들어와 교육을 받기 전 학생들과 한 가지 약속을 합니다. 그 약속은 잘못을 할 경우 세 번의 기회를 주겠으나 그 이상을 어길 시에는 체벌을 가하겠다는 것이죠.”
서당에 교육을 받으러 온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다. 어느 학생이건 서당에 들어오면 혼날 때에는 확실히 혼나야 한다는 것이 훈장의 생각이고 아이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학생은 환자와 같아요. 환자가 의사의 지시와 처방에 따라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듯 학생들도 훈장의 가르침을 따라야 배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 가르침의 하나가 바로 체벌이고요.”
자식 같은 아이들을 때리고 나면 스승의 마음이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체벌 또한 아이를 위한 것이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와 같은 것이다. 체벌이라 하는 것은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고 그 때의 통증을 기억하며 자신의 행동을 자제하라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체벌을 ‘사랑의 매’라 칭하고 명심보감에 ‘어여쁜 아이는 매를 많이 때리고 미운 아이는 밥을 많이 먹여라’라는 말이 있는 것은 바른 교육에 있어 처벌이 필요하고 그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간섭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죠.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간섭하고 훈계를 하고 체벌을 가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네 자식이 자네보다 낫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부모와 스승의 마음을 한결같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고 체벌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통교육방식인 ‘사랑의 매’는 더 이상 ‘사랑의 매’로 인정받지 못하며 그에 따라 회초리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옛날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체벌이 현대에 와서 스승과 제자, 심지어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를 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벌 논란의 원인은 교사의 자질과 가정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모두 학교에서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가정에서의 교육과 단속이 필요하나 학부모와 사회는 학교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은희문 훈장은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그릇을 만드는 시기이고 중학교부터 이 그릇에 지식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그릇이 튼튼해야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듯 어린 시기의 가정과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체벌을 아낍니다. 자연이 만물을 다스릴 때는 햇빛도 주고 비와 바람도 주지만 어쩔 때는 폭풍과 눈, 천둥 번개를 주기도 합니다. 춥고 힘겨운 겨울을 이겨내야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듯이 사랑만이 최고가 아닙니다. 가정의 사랑스러운 자식이 사회에 나가서도 그와 같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과 체벌이 조화를 이룬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체벌도 사랑이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체벌이 신체적인 고통을 주기는 하나 그 한번의 고통으로 잘못을 고칠 수 있고 자신을 바로잡아 나갈 수 있다. 최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것도 부모의 지나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사의 자질로 본다면, 한 교사의 잘못된 교육으로 한 반에 있는 40명의 학생들이 잘못될 수 있고 그 40명의 학생들이 또 다른 아이들을 잘못 교육시킨다면 그 결과는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인품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체벌이 필요합니다.”
체벌이 필요하나 체벌을 할 때에 자세와 마음가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하고 교사의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옛 서당에서 훈장은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항상 정해져 있는 회초리를 들었고 체벌을 하는 동시에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하게 일러줬다. 학생들의 생각에 그래서 회초리는 자신의 잘못과 마음을 추스르고 각오를 다지라는 도구로 자리잡혀 있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감정적으로 학생들을 체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체벌의 도구는 빗자루가 되기도 하고 책이 되기도 하며 무자비한 체벌이 학생에게 내려지게 된다. 교사는 이성적으로 교사로서 학생들을 이끌고 당기면서 교육시켜야 한다.
선비들은 과거에 급제를 하면 물푸레나무에 절을 했다고 한다. 당시 회초리는 주로 물푸레나무나 싸리나무로 만들어졌는데 회초리로 인해 자신이 과거에 급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절을 올린 것이다. 스승은 과거에 급제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들어 놀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단계적으로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에 과거 급제 후 물푸레나무를 찾아간 것이다.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작품을 보면 서당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매를 맞고 우는 아이와 그 모습을 미안한 듯 바라보는 훈장, 그리고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늘날 체벌로 인해 서먹해지는 교실의 풍경과는 달라 보인다.
동물을 때릴 때에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하물며 사람을, 그것도 내 자식과 제자를 때리는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그래도 올바른 아이를 위해,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벌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체벌이 어린아이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고 주체적인 판단에 의한 적극적인 태도를 방해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식과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교사로서, 부모로서 바른 마음가짐이 있다면 체벌은 거목을 길러내는 거름이 될 것이다. 옛날에는 체벌규정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체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체벌을 가하는 자와 체벌을 받는 사람, 사회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변해버린 삭막한 현대 교육이 배워야 할 것은 체벌과 사랑의 조화로운 모습이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