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들의 거친 필력이 더 좋다
얼마 전 다시 읽은 고종석씨의 소설집에서 이런 인용 구절이 있었다.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을 때, 어느 어진 이가 하는 말을 들었지. ‘돈이야 금화든 은화든 다 내주어버려라. 그러나 네 마음만은 간직하라. 보석이야 진주든 루비든 다 내주어버려라. 그러나 네 생각만은 자유롭게 하라.’ 그러나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으니 이런 말은 내겐 하나마나였지. 내 나이 하나하고 스물이었을 때 나는 또 그가 하는 말을 들었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은 결코 보람 없이 주는 법이 없지. 그것은 많은 한숨으로 보답 받고 끝없는 후회에 팔리는 법.’”
어느덧 5월이 지나가고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매번 종강 때가 되면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고 푸념하곤 한다. 그 빠른 시간 속에 어진 이들의 말씀은 다 흘려버리고 후회만 하는 자신을 보면서,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 차리자.
요번 호 단대 신문에서는 문학기행이나 문화기획면의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문학동네 술동네’ 에서는 국밥 한 그릇 속에 들어있는 삶의 단편들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TEXT 서울’에서의 ‘오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 문학면의 좋은 기사들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대중문화 바로보기’ 같은 경우에는 잡지열독이라는 부재를 달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내용의 충실도는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 전제 조건’이라는 글 속의 말을 빌려본다. 아울러 나는 단대 신문이 조금 더 거칠고 냉철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외부의 필자들보다는 단대 신문의 기자들에 의해, 그리고 무엇으로부터도 억압받지 않고 자유스러운 관점들이 터져 나왔으면 좋겠다. 교수님들의 좋은 말들이나 미문도 좋지만 학생들의 신문인 이상 조금 더 거칠어도 괜찮지 않을까?
전유준<국문·4>
전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