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미국에서 가장 밀입국자가 많다는 샌디에고 국경의 순찰대원인 버뮤네즈는 “저쪽 멕시코 청년이 앉아있는 곳이 유명한 투우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해 보이지만 해가 떨어지면 순찰대원과 밀입국자들 사이에 숨바꼭질이 계속 됩니다. 하루에 보통 50명에서 1백여명이 국경 담을 넘다 붙잡힙니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루는 셈이죠”라고 말한다. 미국 남서쪽 국경의 끝인 임페리얼 비치에서 테메큘라까지 66마일의 국경과 7천평방마일 정도의 경비를 맡고 있는 ‘국경경비대’(Border Patrol)샌디에고 지부는 관할구역이 가장 적지만 미국 전체에서 가장 많은 밀입국자가 적발되는 곳이다. 2004년 한해에만 14만 여명이 적발됐고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3만 여명이 붙잡혔다.
국경 담을 넘다 적발된 밀입국자들을 관리하는 ‘출라비스타 프로세싱센터’는 한낮인데도 벌써 30여명의 남녀 밀입국자들이 들어와 있다. 이들은 지문 조회를 한 뒤 미국 안에서의 범죄 기록이 없으면 곧바로 멕시코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국인은 지난 2000년 이후로는 붙잡힌 적이 없다고 하며, 멕시코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러시아인 등 세계 71개 국가출신 밀입국자들이 이곳을 거쳤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프로세싱센터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밀려든다고 말한다. “여름철이 다가오면 걱정입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견딜 수 없는 폭염으로 미국 땅을 밟은지 얼마 되지 않아 숨지는 밀입국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저도 필리핀계 이민 1세거든요”라고 버뮤네즈 순찰대원이 걱정을 한다.
매년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들은 멕시코 출신이 대다수이다. 약 50만 여명에 이른다. 이중 중남미 출신들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등의 불법 입국자들이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최근 <LA타임즈>가 보도했다. 이는 붙잡혀서 추방되거나 밀입국 도중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파악된 수치이다.
이들이 미국행을 고집하는 것은 자기나라의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는 등 살아가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안이 없는 사회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다.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뭉쳐져 있는 것이다. 불법 입국자 말론 데이빗(18살)은 북쪽으로 달리는 기차에 뛰어서 올라타기 위해 같이 온 2백여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버려진 화물차나 연료탱크 위에 올라가 옆의 선로를 달리는 기차에 옮겨 타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경찰이나 철로 관계자들도 이들을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듯했다. 과테말라 출신 데이빗의 목적은 플로리다로 가서 돈을 벌어, 심장병을 앓고 있어도 약을 제대로 사먹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송금을 하는 것이다. 강을 건너 멕시코로 들어서,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 행동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홀로 어려운 길을 떠나는 것이고, 그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가 걸려있는 것이다. 이들의 불법이민 추세는 이미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가족과 친지들의 독려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생각을 좀 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미국행을 결정하기가 한결 수월한 것이다.
그러나 점점 조여드는 반 이민 정책으로 인해 이들이 자리를 잡기가 수월치가 않다.
<LA 미주 한국일보 기자>

▲ 중국 출신 조선족 동포 4백여명이 지난 22일 LA 인근 위티어 내로우 팍에서 야유회를 갖고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현재 LA 인근에는 약 1만 여명의 조선족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