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과학자 뒤에 가려진 생명의 가치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과 생명윤리
‘거대한 도약(giant leap)’이라는 제목 아래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 최신호(5월30일자)에 동시 보도됐다.
타임은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단순한 과학적 과정 이상의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두 주간지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국 부시 대통령의 비판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도 관련분야 연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원해야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보도를 계기로 황 교수를 ‘신드롬’의 대상으로 까지 일컫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최고과학자 위원회’에서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최고 과학자’상을 황 교수에게 주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주최 측은 말했다. 실제로 노벨상 후보로 그를 추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또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린 학생들은 황 교수와 같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제2, 3의 황 교수’탄생을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업적에 대해 우리 사회 반응의 중심에서 벗어난 냉정한 고민을 해볼 필요성을 제고하는 의견이 국외 언론과 국내 시민단체들에 의해 낮게 깔리고 있다.
이들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배양에 대한 위험성을 배제한 채 엄청난 지지를 표하는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우려와 생명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국민은 타임이라는 빨간 테두리 속에 가려진 황 교수의 업적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황 교수의 과학적 업적과 연구상의 장점만을 부각 시켜 그를 영웅화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생명윤리에 관련해 그의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이러한 언론의 행태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함은 물론 그들의 판단력까지도 애국심에 기반 해 흐려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엠파스에서 지난 21일부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 복제 찬성하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7%가 ‘치료목적이므로 아무상관 없다’라며 찬성에 표를 던졌다. 이 결과는 지난해 8월 같은 사이트와 같은 질문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금지해야한다’라며 반대를 표명한 의견이 57%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변화로 보여 진다. 게다가 생명윤리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던 기독교계에서도(기독교 인터넷 사이트 갓피플 닷컴 2005년 5월26일) 10명 중 6명이 황 교수의 연구를 찬성했다. 2002년만 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뿌리 채 뒤흔드는 엄청난 비극’이라는 거부반응이 주류를 이루었고(MBN뉴스 2002년 12월28일) 2003년에 임신 외 목적의 배아복제와 난자를 선별 수정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통과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여론의 커다란 변화가 반영된 결과는 그 순수성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황 박사의 연구와 더불어 인간을 포함한 동물 배아 복제 연구만으로도 윤리적으로 엄청난 고심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연구에 심각한 고찰을 요구하는 이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다음과 같다. 크게는 생명 가치의 문제, 인간 존엄성의 문제, 배아의 생명 인식 문제, 인간 연구에 있어서 난자 제공 여성의 인권 문제 더 나아가 복제 안정성의 문제 등 생명 윤리에 관한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사안들임에는 분명하다.
‘황우석 지원법’, ‘줄기세포은행’, 북과 협력 연구, ‘2010년까지 한국인 유전체 연구에 1천억 원 투입’. 치료용으로 허용된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배양 연구가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에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는 것은 괜한 노파심에 불과 한 것인가.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을 기념하는 우표를 찍어내듯 인간 복제의 위험성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다이너마이트에 서려있는 노벨의 교훈을 떠올려 보며 그 어느 때보다 생명과학 연구와 생명 윤리에 대해 신중하고 진지한 고민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 지난 22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소개된 황 교수팀.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