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사메무쵸’,’라쿠카라차’ 우리 국악 연주로 갈채받아
“‘고향의 봄’과 ‘아! 대한민국’을
합창하는데 그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죠”
지난 4일부터 열흘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윤명원(음악대학·국악과) 교수는 멕시코 현지인들과 재외동포들에게 우리음악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돌아왔다.
“국악을 현대식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고전과 현대음악을 적절히 조화해 현지인들에게도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음악을 전하고 싶었죠. 특히 우리 국악기로 표현해낸 멕시코 전통민요 베사메무쵸와 라쿠카라차의 연주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앵콜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야유를 받기까지 했으니까요.”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은 지방악단으로서는 드물게 해외공연을 선도하고 있다. 천안시의 지원으로 최소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에 나가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전통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음악과 접목시킨 국악의 재발견으로 세계 악단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96년 페루와 칠레 등 중남미 순회공연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도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우리 악단의 모토는 ‘세계화’입니다. 지방악단에서 머물지 않고 세계악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죠.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공연실황을 생중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년 6월에는 ‘독일이 정한 한국의 해’를 맞아 독일로 초청공연을 다녀올 예정이에요.”
지난 수년간 많은 해외공연의 경험을 통해 지방악단으로써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일궈냈다.

“멕시코 현지 거리행렬에서 악단모두는 취타대가 되어 북치고 꽹과리 치며 거리행진에 참가했어요. 교민들은 악단의 취타대 행렬이 거리행렬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이번 멕시코 공연에서 교민들에게 과분할 만큼의 환대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우리의 공연을 관람해주고 박수쳐준 멕시코 한인과 현지인들에게 가슴 속 깊이 감사합니다.”
멕시코의 음악은 라틴의 정렬을 가득 담고 있다. 그는 우리의 전통음악에 현대적 비트를 적절히 조화해 전혀 새로운 형식의 ‘국악’을 선보였다.
“멕시코는 정열적이고 그들의 음악은 밝고 건강하죠. 국악에 현대감각을 더해 그들에게 어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외교 전략이라고 할까요.”
우리 전통음악을 태평양 넘어 남쪽나라 까지 전하고 온 그야말로 진정한 문화외교관이었다. 윤명원 교수는 스패인어를 사용하는 멕시코 현지인들을 위해 스패인어와 우리말이 함께 쓰인 공연프로그램 책자를 직접 제작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공연에 사용할 작은 현수막부터 각종 무대소품을 꼼꼼히 챙겨야 했기 때문에 단원들은 공항에서 고생 아닌 고생해야만 했죠.”
멕시코 소깔로 광장에서 공연을 마친 그와 악단은 ‘첼코 어린이집’에 방문해 공연을 가졌다. 첼코 어린이집은 한인 수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으로 4천여명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다.
“정마리아 수녀님의 부탁으로 공연을 하게 됐어요. 멕시코는 문맹률이 50%가 넘는다고 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수녀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먼 타지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 수녀님을 보고 오히려 배우고 온 점이 더 많아요. 게다가 공연이 끝나고 4천여명의 아이들이 치는 박수소리에 감동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공연에 대한 답례로 ‘고향의 봄’ 과 ‘아! 대한민국’을 합창하는데 그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악단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죠.”
이제 국악도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로 진출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오늘도 그는 국악의 매력을 끊임없이 재발견 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천안시충남관현악단이 국가대표급 관현악단으로 발돋움 하길 기대해 본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