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사라진 카파라치, 다시 오나?
손해보험협회(이하 손보협회)은 지난 29일 교통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시민신고 보상금제’의 재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손보협회가 다음달 1월 시민신고 보상금제 재시행을 위해 경찰과 국회에 관련 예산의 편성을 건의하고 있으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 자금을 가지고라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 제도는 2001년 3월 처음 도입(보상금 건당 2천원~3천원)됐으나 전문 신고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국민불신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2002년 말 중단된 바 있다. 이에 ‘시민신고 보상금제’를 둘러싸고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고보상 제도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찬성의 의견과 “무리한 단속은 또다른 위법을 조장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최근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엠파스에서 “손해보험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부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2천4백2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7백34명(30%)이 찬성에, 1천6백94명(70%)이 반대에 의견을 표했다(6월3일 기준).
이번 신고보상 제도의 재시행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신고포상제를 실시할 당시 교통사고 건수가 많이 줄었다며,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1998년에는 법규위반이 1천67만 건, 2000년에는 1천6백77만 건으로 비슷했으나, 2001년도에는 1천7백3만 건, 2002년에는 1천6백77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2003년에는 전체위반건수가 1만2천79만1천 건으로 시행 전인 2000년에 비해서 위반건수가 늘어나는 양태를 보였다. 이에 이들은 “시민들이 스스로 법규를 지킬 수 있도록 신고보상 제도를 없앴지만 오히려 위반건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라며 “카파라치를 도입해서라도 교통사고 건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보상 제도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음에도 폐지됐던 것은 이 제도 자체가 국민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장함은 물론 개인이나 정부, 보험사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도입과 관련해 같은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신고보상 제도 시행 당시 전체포상금 1백30여억원, 개인 최고 포상금 수령액 2억원 이 지급되며 사회적 시선을 끌었고, 이에 전문 포상금 헌터 양성학원까지 등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었다.
카파라치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채 22개월 만에 쓸쓸히 퇴장했다. 신고보상 제도가 다시 사회적 쟁점의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우리의 운전문화가 여전히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고보상 제도 시행으로 교통 위반 건수가 눈에 보이도록 줄었지만, 그것은 결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만약 교통법규 자율준수 문화가 뿌리 내렸다면 카파라치의 부활자체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타율적인 교통정책보다 국가가 최대한 교통 시스템을 개선한 후 민관이 합동으로 법규위반자를 단속하는 것이 요구된다. 즉 정부와 해당 기관에서 교통체계, 신호등, 도로 등을 운전자와 보행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면서 신고보상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손보협회도 카파라치 양산과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 위반 차량 촬영구역을 교통사고 다발지역 등으로 한정하고, 1인당 신고 포상금의 총한도를 설정하는 등 과거의 신고보상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사라졌다 다시 부활을 추진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미봉책(彌縫策)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 2003년 당시 카파라치 명당으로 지목됐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의 모습.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