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운동 중에서도 변두리에 있는 농촌을 비추다

“대학 시절 유난히 즐거웠던 농활과의 인연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아요.”
천진하게 웃으며 농활의 추억을 이야기는 그녀는 ‘농가일기’라는 다큐멘터리로 지난 26일 폐막한 제9회 인권영화제에서 ‘올해의 인권영화상’을 받은 영화 감독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녀가 카메라를 잡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 활동을 했었어요. 사회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막연히 소수자의 인권 보장 운동을 영상을 통해 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지금 정말 그 꿈의 어딘가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용기 있는 선택은 행동으로 이어져 2000년 민언련 VJ 학교를 수료하고 다큐인에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처녀작인 ‘3cm 의 자유, 우리 권리 우리가 찾아요’를 시작으로 같은 해 다큐인에서 경기문화재단 기획다큐멘터리 ‘경기문화재발견200’시리즈의 조연출을 맡았다. 2001년에 참여한 ‘농가부채특별법 그 후, 우리 농업의 살길은 무엇인가’가 KBS 열린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기획 ‘나눔, 그것은 희망입니다’촬영, ‘개방농정의 시대, 2001 농촌보고서’를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녀의 카메라 속에는 꾸밈없고 솔직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 모습은 때로는 벌거숭이 같아 초라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탈한 친근감으로 그 어떤 완벽한 각본 보다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어요. 영화를 찍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과 상황이 오히려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죠.”
물론 다큐멘터리도 각본이 있다. 그녀는 ‘농가일기’를 찍기 위해 귀농 가족 3가구를 물색하고 치밀한 사전 조사와 관찰 후 각본을 짜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몸으로 부딪치며 목도하는 상황들은 종이에 그려진 지도를 비켜나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쩌면 넓고 평탄한 길보다 처음부터 좁고 험난한 길을 선택해 온 것인지 모른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 독립영화를, 그 중에서도 다큐멘터리 또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작은 목소리 중에서도 더 작은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서울에서 자란 그녀에게 농촌은 오히려 신선함으로다가 왔다. 이런 연휴로 농활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농촌 사랑은 결국 부여에서 ‘농가일기’를 탄생시켰다.
‘농가일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농사와 농민운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귀농자 가족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소외된 농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인권 운동의 성격을 띈 영화이지만 그보다 농사지으며 사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친근하고 무겁지 않게 담아 내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저보다 주인공 가족들을 더 궁금해 하기도 해요.”
영화를 만드는 1년 동안 그녀는 부여에서 영화의 주인공 이근혁 씨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이제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또 그녀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자에 의해서가 아닌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나타낼 수 있도록 부여에서 미디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물은 그녀의 차기 작은 부여에서 품팔이로 살아가는 일곱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덧붙여 말하길 “이번엔 농촌의 인권 중에서도 더 변두리에 있는 여성 농민에 대해 담아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인생이라는 생생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부딪치고 갈아져 더욱 그 모양을 찾아가는 차돌처럼 눈부시게 빛나길 바란다.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