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벚꽃이 떨어지고, 봄날의 향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매년 이맘때쯤 교정에서 졸업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다. 이런 날이면 낮부터 개골목에서 술 한잔 하면서 친구와 이런저런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곳도 세월의 흐름 속에 흘러가나 보다.
지금은 반쯤 사라진 단대 사거리 근처의 개골목. 그곳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예전과 별반 차이가 없으나, 거리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조용히 술을 마시고 TV 프로, 연예인 이야기나 하며 가가호호 떠들다 차가 끊기기 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이게 요즘의 대학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거친 목소리, 세상에 대한 울분, 흥에 겨운 노랫가락이 사라져 가는 개골목에서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학생들에 대한 아쉬움인가. 개골목에 대한 아쉬움인가. 머리 속에서 그런 물음들이 튀어나온다.
‘이유있는 추천’에서의 어떤 교수처럼 교정의 동산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부둥켜 안고 눈물짓는 그런 낭만이나, <Text 서울>에서 이야기한 전태일 열사처럼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위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투쟁하는 치열한 삶의 정신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개개인들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와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인이 아닌 미래를 위해 꿈꾸는 학생다운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단대신문도 마찬가지이다. 취업 정보가 유용했다는 한 모니터링 학생의 말은 단대신문에 그만큼 볼만한 기사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취업 정보도 유익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단대신문에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밋밋한 기사는 더 이상 읽기 싫다. 학생 신문다운 거친 목소리와 반골기질, 그리고 비판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슈가 되고 토론 거리가 되는 그런 감칠 맛 나는 기사가 보고 싶다.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을 위한 단대신문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유준<국문·4>
전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