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규 /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2001년 1월 우리나라의 한 젊은이가 도쿄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살신성인의 정신을 통해 우리민족의 의기(義氣)를 커다란 감동으로 보여주었던 사건이었다. 또 얼마 전에는 천안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우연히 습득한 2억 원의 거금을 주인을 찾아 준일이 있다.
뿐만 아니다 불과 며칠 전인 8월 23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좋은 직장은 물론이거니와 싱가포르시민권마저 포기하고 홀로 귀국, 자원입대한 어떤 젊은이에 대한 일간지의 기사는 하루를 맞이하는 아침을 참으로 신선하게 했다.
이렇듯 우리젊은이들의 당당하고 패기 있는 행동은 동쪽하늘에서 빛나는 샛별 같이 고귀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군 입대를 공언하고도 느닷없이 국적을 포기한 유명대중가수, 단순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동고동락하던 상사와 동료병사들을 숨지게 한 병사, 자식의 병역의무와 교육문제를 아예 회피해 보겠다고 떠나는 해외원정출산 그리고 천륜을 저버린 폐륜으로 밖에 설명될 수 없는 부모살해 등 입에 차마 담을 수도 없는 사건들이 연일 뉴스에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답답하고 암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커다란 자괴감마저 밀려온다. 3,500년 전인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참 버릇이 없다”라고 했을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신진(新進)세대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신구(新舊)간의 갈등에 대해 세대차이라는 매우 도식화된 표현으로 가볍게 취급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엇인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크다고 보여 진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는 없으나 우리사회는 지나친 경쟁의식과 가치관의 변화 등에 기인하여 학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사회적 풍토를 바꾸고 있고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운 심정이다.
나는 이러한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추구해야할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불의와 부정에 당당히 맞설 줄 아는 패기. 정의와 의로움 편에 당당히 설수 있는 용기는 이 시대가 가장 요구 하는 것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뜨거운 가슴에서 기인된다고 하겠다. 또한 차가운 이성을 갖기를 요구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매우 즉흥적이며, 단순하게 행동한다는 지적이 많다. 참을 줄 모르고 사고보다는 행동이 앞선다는 것으로 자신과 사회, 국가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둘째로 항상 넓고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장대하게 다가올 희망의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불안한 경제와 국제정세, 불균형의 심화, 급속한 변화 등으로 오늘의 현실은 미래를 점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는 꿈꾸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며 젊은이들은 미래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나는 살아있는 많은 경험을 해보기를 주문하고 싶다. 우리 박물관·미술관은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박물관의 특징을 살려 많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는 21세기의 힘이며 우리의 자존심이다. 이런 행사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얻어지는 산 경험은 우리의 삶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또한 배낭여행과 생업의 현장에서 해보는 아르바이트, 다양한 봉사활동도 적극 권하고 싶다. 젊어 고생은 사서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동의하게 될 때는 이미 늦을 수 있기에 지금 바로 실천해 보길 바란다.
신라의 성사(聖師) 원효는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에서 “자비지기대성 선능득기야(自非知機大聖 能得其也)” 우리들에게 한곳에 머물지 말고 지속적으로 정진하라란 뜻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젊음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春花秋實! 농부는 봄의 꽃을 보며 가을에 거두어 들일 열매를 생각한다. 그러한 가을은 봄을 통해 준비되는 것이며 착실하게 준비하는 봄에서 우리는 큰 희망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젊은이여.
‘뜨거운 열정! 도전하는 용기! 진취적인 기상!’ 그대들의 가슴이 이렇게 뜨거운 것으로 용솟음치기를 우리는 크게 기대(大望)하는 것이다.
김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