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자원봉사로 기네스북에 올라

“서로 말이 안통해 답답해 하던 사람들이 나를 통해 서로 의사를 확인하고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봉사를 결심했습니다”


“제 별명이 ‘히로시마’입니다. 한꺼번에 4백명, 5백명까지의 관광객들을 혼자서 이끌고 다닌다고 생긴 별명이지요.”
그 많은 관광객들을 이끌고 그가 하는 일은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그는 영어, 일어, 불어 3개국어를 동시통역하며 통역자원 봉사만 무려 30여년을 해왔다. 국제 행사 통역에서 문화유산 해설까지 그가 거치지 않은 통역봉사활동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가 처음 자원봉사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서부터다.
“은행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7년간 일본 오사카에 살면서 외국인학교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LA, 뉴욕 등 한인타운에서 영어는 잘 못하고 한국어만 하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서로 말이 안통해 답답해 하던 사람들이 나를 통해 서로 의사를 확인하고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봉사를 결심했죠.”
햄버거만 먹어가며 타지에서 봉사를 하던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은 88올림픽 때부터였다.
“88년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87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88올림픽 통역 자원 봉사 이후, 대전 엑스포, 세계 도자기 축제, 2002년 월드컵까지 국제행사마다 빠짐없이 참가해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제 행사에 참여하며 받은 대통령상과 문광부장관상 등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받은 상장과 감사장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다.
“한번은 일본인 관광객 40명이 민속촌을 관광하러 왔습니다. 한국 문화에 흠뻑 빠진 그들은 장터에 가서 파전도 먹고, 막걸리도 한잔씩 마셨지요. 그리고 퇴장 시간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아 가보니 술에 취에 짚더미에 누워 자고 있었지요. 그래서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 다음날 콩나물국으로 해장까지 시켜줬지요. 그것이 인연이 되서 서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이렇듯 관광객들에게 늘 친절히 대하고, 관광지나 유적 안내도 한국의 고유어로 유적을 소개한다는 그. 그런 노력으로 최근 그는 기네스 북 ‘역사와 사회-사람과 장소’ 분야에 ‘세계 최장기간 최다시간 통역 자원봉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의 봉사시간은 3만 2천여시간. 종전 이 분야의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였던 일본인이 2만 7천6백50시간인 것에 비해 그는 4천여시간이나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에서도 이 분야에 같은 기록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기네스북에 올라 우리나라도 자원봉사 선진국임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그가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게 된 뒤에는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무보수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가족들은 내 일에 대해 ‘장하다’고 힘을 주었고, 아내는 옷장사를 하면서 내 뒷바라지를 해줬지요.”
기네스 등재는 끝났지만 그의 봉사에 대한 열정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통역자원봉사를 하는 후배들을 무료로 교육시켜 우리나라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지금도 새벽 4시에 나와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간다는 그는 밥 먹을 시간도 없어 김밥 한 줄을 사서 버스안에서 먹을 정도다. 앞으로 건강이 되는 한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기록이 가지는 숫자보다 더 커다란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