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처음엔 직업여성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피아노 레슨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 분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니 이웃집 언니마냥 모두가 따뜻한 분들이셨죠.”
김은비 양은 지난 두 달간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지난 5월부터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는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나자렛 선가원에서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과 자녀, 직업여성들을 위해 피아노 레슨을 하고 왔다.
“나자렛 선가원과의 인연은 지난 학기 우리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하신 숙명여대 이인복 교수님의 소개로 시작 됐어요. 알고 보니 이인복 교수님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직업여성들과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보호하는 단체를 만드셨더라고요. 그 곳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피아노 레슨 봉사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평소에도 피아노 레슨 경험이 있었던 그녀였지만 그 곳에서의 피아노 레슨 봉사활동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라 예상했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뻘 되는 어른들을 지도할 생각을 하니 처음부터 마냥 어렵기만 했다.
“처음 그 곳에 갔을 때 어색함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연세 드신 어머니 분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한창을 낯설어 하던 저에게 오히려 그 분들이 먼저 다가오시 더라고요. 어머니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저를 정말 많이 반겨주셨어요.”
폭력적인 남편, 아버지를 피해서 온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성매매특별법 이후 갈 곳을 잃은 여성들. 그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그곳에서 어쩌면 정에 굶주려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그녀는 봉사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그곳의 아이들은 음악교육은커녕 제대로 된 학교교육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곳의 사람들은 모두 배움에도 굶주려 있었다.
“처음에는 학교와 선가원을 오가며 시간을 쪼개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학기 중이라 그런지 시간적 여유가 많이 부족했죠. 학기말 시험에 계속되는 실기 수업으로 몸은 고되기도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음악 실력이 느는 아이들과 늦은 나이에도 배우려는 의지로 가득찬 어머니들을 보면서 마음 만큼은 뿌듯했죠.”
가끔 그곳에는 우리대학 성악과 학생들이 찾아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기도 했다.
“성악과 친구들이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죠. 그러면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모두들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려요. 지금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서 레슨 봉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거든요.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이 일을 소개 시켜 주고 싶어요. 그곳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또래의 아이들보다 배움의 수준이 낮은데 영어나 수학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제2, 제3의 선생님들이 많이 와주었으면 좋겠거든요.”
하얀 악보위에 검은색 음표를 그리고 음표가 마디를 이뤄 아름다운 선율이 탄생하듯 그녀가 나자렛 선가원에 디딘 첫 발이 검은색 음표였다면, 그녀가 그곳에 남기고 온 기쁨의 웃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그 곳에 주고 온 것보다 얻고 온게 더 많다는 그녀는 싱그러운 가을 소나타를 닮아 있었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