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이 용이나 봉황이 되기를 바란다’는 옛말이 있지만, 혼사에 있어 욕심은 금물이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혼인(결혼은 남존여비적인 말로 혼인이 맞음)을 늦게 하는 추세인 것 같다. 경제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혼인 연령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닌 듯하다. 특히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의 나이가 30대·40대인데도 미혼이라면 얼마나 신경이 쓰이고 애가 타겠는가? 더구나 자식이 혼인할 능력이 있고 독신주의가 아닌데도 혼인할 생각을 별로 하고 있지 않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요새 ‘연애 따로 혼인 따로’라는 말이 있다. 연애할 때에는 외모, 혼인할 때에는 능력이나 성격 등을 본다고 한다. 어쨌거나 짚신도 짝이 있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고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 너무 요모조모 재기보다는 부부가 합심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생각은 예전엔 통했지만, 요즘처럼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에서는 통할지 의문이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얘기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이런 세태 풍조가 야박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혼담이 오가거나 혼사를 결정할 때에는 이것저것 따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속된 말로 수지 타산이 맞으면 혼인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혼인을 안 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중매의 경우가 그렇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매쟁이인데, 이들은 신랑과 신부될 사람의 자격과 조건 등을 따져보고 중매를 한다. 그리고 혼인이 성사되면 중매료를 옛날처럼 술 석 잔을 얻어 마시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받는다고 한다. 90% 이상이 혼인관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을 하는 판국에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하기야 자기 자식이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 심정 이해는 가나 구태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가 조교를 했던 24~5년 전의 일이다. 그때 큰 부자였던 모 교수가 있었는데, 자기 딸 혼수비용으로 2억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입이 벌어졌다. 그 당시 잠실의 13평짜리 아파트 가격이 7백~8백 만원 할 때였으니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논어(論語)』에 보면 ‘잘났거나 못났거나 자기 자식에 대한 정은 마찬가지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기 자식이 재주가 있든 없든 간에 부모는 자식을 귀하게 여기는바, 제 자식 본위로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란 뜻이다. 이처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고사성어도 있듯이, 도가 지나치면 곤란하기 십상일 뿐만 아니라 결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미암일기』에 있어 소개한다.

“송정수(宋廷秀)가 노비 노적(露積)을 보내 왔다. 박사(博士) 조경중(曺景中)과의 혼사를 묻기 위해서이다. 비록 나이는 많이 차이가 나지만 벼슬이 7품(品)이고, 또 가풍(家風)이 좋아서 하려고 한다고 한다. … 아침에 조굉중(曺 中)이 와서 말하기를 ‘동생 박사 조경중이 송씨 집안과의 혼인이 아주 좋다 하며 혼사를 가을로 기약을 하자’고 한다기에, 내가 말하기를 ‘송씨 집안에서는 반드시 4월로 기약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송정수의 집이 부자이고 두 딸만 있는데, 나이가 젊은 상당한 사위를 맞을 수가 있는데도 꼭 조정에서 벼슬한 사람을 사위로 삼으려 하고, 나이가 많아 배우자가 못된다는 것은 헤아리지 못한다. 전일(前日)에 우리 부부가 강력하게 안 될 일이라고 말을 했는데도, 송정수가 이제 기어이 조군을 사위 삼으려 하니 역시 그 식견의 낮음을 알 수가 있다. 만약 조군이 장수라도 하여 아들을 얻는다면 장래의 복이라도 누릴 수 있다지만, 이것도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처남이 조정에서 벼슬하는 관리, 그것도 나이 많은 관리를 사위로 삼으려고 하자, 유희춘 부부가 나이가 많은 것을 이유로 반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유희춘 부부의 우려대로 혼인한지 얼마 안돼 처남의 사위인 조경중이 죽고 말았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결국 딸은 과부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재혼을 할 수 있지만, 당시는 재가 불가, 재혼 금지의 시대였다. 욕심이 지나치다 보면 이런 법이다. 부모는 ‘자식이 용이나 봉황이 되기를 바란다’는 옛말이 있지만,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 혼인을 할 학생들은 혼인관을 정립한 후, 연애·중매를 막론하고 혼인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상대방이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3~4번 냉정하게 테스트한 다음에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눈에 콩깍지가 끼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듯이, 특히 연애할 때에는 상대방의 나쁜 점도 좋게 보이고, 또 대부분 좋은 점만 보이기 때문이다. 절대 헷갈리지 마라.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듯이, 자신의 인생 중대사이다. 결코 우(愚)를 범하지 말라. 그리고 혼인을 했으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백년해로를 하라. 혼인은 책임과 의무, 사랑과 약속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부디 욕심부리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