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과 함께 독일 월드컵 홈페이지는 ‘한국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다(poisoned chalice)’라고 지적했습니다. 본프레레는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도 말했다죠.“언론은 축구 전반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중시했다”고 말입니다.

2002년 우리나라는 온통 월드컵 열기에 흠뻑 취해있었습니다. 16강에 목말라하던 국민들에게 히딩크 감독은 4강 진출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안겨주었지요. 그는 모두의 영웅이었고, 우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4강이라는 환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환상속에서 숲은 보지 못하고 오직 눈 앞의 나무만 볼 뿐이죠. 이렇듯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걸핏하면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이런 풍토가 우리를 환상에서 더 멀게만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본프레레 감독 사임 이후 보비 롭슨 전 잉글랜드 감독, 마르셀로 비엘사 전 아르헨티나 감독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닌 명감독들이 우리나라 감독직을 맡겠다고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전과 역량을 갖춘 감독의 선임보다 중요한 것은 숲을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아닐까요? 새로운 감독, 축구협회, 국민의 믿음. 이 삼박자의 조화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의‘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허유나 기자>  yunari8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