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은 기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사명, 의미, 돈의 균형을 유지하자

몇 년 전에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괄목할만한 책을 쓴 적이 있다. 교회, 병원, 학교, 군대, 지자체등 비영리단체는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향상, 품질개선, 고객만족, 서비스 혁신 등을 하지 못하면 어느 조직이든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이런 주장은 비영리 단체등이 경영마인드를 받아들이고 경영혁신을 하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업들보고 비영리단체처럼 경영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배울 것은 앞에서 언급한 ‘사명’ 때문이다.
요즘 은행원이 수십 억 원의 돈을 가지고 잠적하는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작전을 하다가 붙잡힌 증권회사 직원도 있고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끌어들인 벤처기업가도 있다.
이들은 ‘사명’ 은 팽개치고 오직 ‘돈’ 만을 추구하다가 본인도 망하고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은행원은 은행원의 사명을 확실히 깨닫고 일을 해야 사고도 피할 수 있고 높은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인간이 사명을 의식하거나 더 나아가서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소명을 깨닫는 것은 최고의 가치를 발휘하게 한다.
몇 년 전 방송국 안에서 구두를 닦는 미화원으로부터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미화원은 항상 웃는 얼굴로 정성껏 구두를 닦는데 그 모습은 그야말로 명장의 모습이었다.
늘 시간에 쫓기는 내가 이제 됐으니 그만 달라고 하면 “잠깐만요, 한번만 더 문지르면 됩니다.” 하면서 끝마무리를 해서 광채를 내곤 했다.
“구두 닦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어느 날 하도 신나게 구두를 닦고 있기에 이렇게 물어 보았더니 가슴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답변이 나왔다.
“아 좋죠!,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일인데 얼마나 좋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요, 이런 일을 하게 됐으니 정말 좋죠”

이 말을 하면서 씨익 웃는 것이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억지로 일한다는 사람도 있고 돈에 한이 맺혀서 일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이다. 그런데 이 구두미화원은 ‘세상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피터드러커의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하였다. 앞으로 기업이 비영리 단체처럼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나 그린피스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명’(Mission) 때문에 일을 한다. 그러니까 사명의식이 투철한 사람들을 뽑아서 그 사명을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신 경영이라는 것이다.
21세기에 경영자가 할 일은 직원들이 가진 사명을 찾아내고 그것을 회사의 사명과 연결시키고 불을 붙이는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동시에 기업에서는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이럴 때 진짜 필요한 것은 바로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일하는 의미를 깨닫는 일일 것이다.
미국의 한 성공컨설턴트는 ‘3M’의 균형을 유지한 사람들이 진정한 성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척 공감이 가는 말이라서 여기에 소개한다. 3M은 사명(Mission), 의미(Meaning), 돈(Money)이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권력을 잡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진정한 성공은 아니다. 보람과 가치를 느끼고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이다.
학창시절에는 장래의 꿈을 잘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A: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사람. B: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은 못버는 사람. C: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 D: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도 못 버는 사람, 이 네 가지 유형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네 번 째 유형에 속한 채 살아간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가 젊은 시절 꿈을 세우고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은 사명, 의미, 돈 중에서 사명을 탐색하고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맹목적으로 돈에만 초점을 맞추면 돈도 의미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명을 찾는 순수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청춘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윤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