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도취되어 있진 않은가?

“갈 곳은 여전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냐. 나는 횡단보도를 등지고 천천히 발을 떼어놓았다.”, 최인석, <내 님의 당나귀>중.
얼마 전에 최인석씨의 <내 님의 당나귀>라는 소설을 읽었다. 사고를 당하여 식물인간이 된 아내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남편은 가난에 맞서 악착같이 살아오던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본다. 아내가 죽고 난 후, 남편은 가난 때문에 물질화된 세계의 위선적인 현실에 동화되어갔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절망을 인식하게 된다. 지면 관계상 소설에 대해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될 일들이 물질과 진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고,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작용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넘쳐나는 정보와 미디어라는 매체겠지만, 소비적인 문화를 찾고 물질을 목적화 시켜가는 우리 세대에도 책임은 있을 것이다. 1154호 단대신문을 보면서 ‘LA통신’, ‘문학동네 술동네’, ‘Text서울’, ‘대중문화 바로보기’ 등을 주의 깊게 읽었다. ‘LA통신’을 읽으며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문학동네 술동네’를 읽으면서는 섬진강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지만, 글이 전체적으로 너무 아름답기만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절실하길 바란다면 무리한 생각일까? 그리고 ‘대중문화 바로보기’의 경우, 이미지가 어떻게 정치·권력을 흡수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중요할 것 같다. 불현듯, ‘Text서울’에서의 소제목이 생각난다. 그래도 삶의 희망은 있다고 써 있었던가? 그러나 서울은 ‘현장르포’의 선술집처럼 푸근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 스스로가 아름다운 추억 속에 도취되어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전유준<국문·4>
전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