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까지 차올랐다.
차오른 물은 뉴올리언스주,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 미국 남부지역의 길을 막고 발을 묶여 버렸다. 자동차도 집도 사람도 모두 두려움에 발이 묶여 버렸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이 물 바다를 피해 떠났다.

허리까지 차올랐다.
떠날 수 있는 이들은 다 떠났지만 갈 곳 없는 이들만 유일한 보금자리를 버리지 못하고, 손을 놓지 못하고,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물에 잠긴 집이라도 머물 곳은 그곳 밖에 없다. 그래서 떠날 수 없다. 아우성치는 공포 속에서 아직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 곳 밖엔 머물 곳이 없기때문이다.
가슴까지 차올랐다.
전부를 버리고 왔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질병과 폭력, 소란과 혼란으로 등 돌린 이들의 냉담함 뿐이다. 몸과 마음이 상처 받은 사람들이 겉잡을 수 없이 난폭하거나 약해졌다. 마실 물 조차 없는 비극의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머리까지 차올랐다.
눈과 코와 입을 틀어막은 부모, 형제가 죽어가고 있다. 이 곳에서의 죽음은 애도될 시간 조차 없이 버려지고 썩어간다. 이 비극의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잔인함이다. 이 땅의 인간과 비인간의 어두운 사각지대에 사는 우리는 검은 미국인이다.
<조영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