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하루에 열시간, 열두시간씩
실험실에서 연구하느라
면도도 제대로 못해요.”

“이번 연구에서는 제 역할이 크지 않았는데 상을 받게 되어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쑥스럽기도 했어요.”
지난달 9일 한국유전체학회에서 우수포스터상을 수상한 김주현 원우는 수상소감을 묻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국유전체학회는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전문 학회이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기업들도 학회에 참여하고 있다.
김주현 원우는 암세포 등 특이적 유전자만을 찾아내는 리보자임 (ribozyme, RNA 분자 단독으로 효소 활성을 나타내는 것의 총칭)에 대한 연구로 수상했다. 이는 우리 몸 속 여러 세포 중 암세포만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으로 앞으로 암세포 관련 연구와 신약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연구는 제가 한 몫보다 졸업한 선배들의 역할이 더 컸어요. 저는 지난 몇 년간 선배들이 진행해오던 연구를 물려받아 마무리 지었을 뿐인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낳게 되었네요. 특히 이성욱 교수님께서도 많은 도움 주셨는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금도 함께 받았는데 금액은 크지 않아요. 그래도 그 동안 함께 고생해온 후배들에게 밥 한끼씩 사줄 수 있었던 정도는 되었어요.”
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적은 금액이라 밝히기 쑥스럽다 웃는다.
“포스터란 그간 자신이 연구해온 성과를 한 장의 포스터의 담아 학회원들에게 소개하는 것인데요. 수상한 포스터 안에는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등 실험결과들이 담겨있죠. 백여 명의 학회원들은 자신의 실험 산물인 포스터를 세워두고 처음엔 말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해요. 심사위원들이나 교수님들께서 연구결과에 대해 물으시면 그제야 포스터에 담긴 자신의 연구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죠.”
그가 실험실에서 들고나온 전지 크기 만한 포스터에는 그간 연구해온 연구 결과가 빼곡이 담겨 있었다. 포스터 밖으로 글자가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1년여 전부터는 비타민 등의 어떠한 특정 물질에만 반응하는 리보자임. 즉 알로스텔릭(Allostelic)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물질에 의해서만 조절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죠.”
실험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집에 오고가는 시간도 아까워 학교에서 먹고 자며 숙식을 해결한다고 했다. 집이 꾀나 멀리 있는 줄 알았더니 학교 앞 순천향병원 앞에서 자취를 한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학교는 곧 실험실이자 안식처였다.
“우리 학교는 실험실이 부족해 필요에 따라서는 국립암센터나 서울대학교 등 외부 실험실을 빌려쓰기도 합니다. 동물 실험이나 방사능 실험 같은 경우엔 우리학교에는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시설을 준비할 능력은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기기를 설치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죠.”
학교 안팎을 오가며 실험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석사과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그는 당장에 취업보다 앞으로 해야할 공부가 너무 많다며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기로 자연스레 마음을 굳힌 듯 했다.
“연구하는데 있어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어요. 모두 제가 좋아서 하는 거고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니까요.”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 씩 실험실에서 연구하느라 수염도 제대로 못 깎고 다닌다는 그. 남다른 열정은 그를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홍혜승 기자>  lovelovehon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