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64

정신의 힘 삶의 가치

김 양 곤 / 전북대 자연과학대 교수

끝을 찾아가는 길은 비좁고 힘든 길

자유스럽고 신나게 살면서 이따금 우리의 인생문제에 대하여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피해를 끼쳤으며 책임지지 않은 일이 있었는가라고 생각해 볼 만한가. 그리고 우리의 삶과 사랑을 지탱하여 주는 것은 어떤 정신의 힘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결국 우리의 삶의 가치는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 자살률이 제일 높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바세계의 와중에서 헤어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알건 모르건 무슨 인생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여 대체로 복닥거리는 데에서 부대끼면서 생활하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모든 학문이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절대로 호말(毫末)만한 틈입(闖入)도 허용할 수 없다는 수학이라는 분야에서 생활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더욱 그 압박감이 가중되는 것 같다. 집안에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는 물건들조차 교통정리하기가 귀찮은 문제라면 보이지 않는 인생문제에 대한 수학적인 해법은 우리의 이맛살과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인생문제 자체를 어렵사리 여기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누구나 다 수학시험 문제에 접하여본 사람들은 경험한 사실이겠지만 그 문제들을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두려워하고 한다면 잘 알고 있던 것조차 주춤거리며 연필로 끼적거려지기도 싫어하는 것이다. 반면에 그 문제들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쉽다고 생각하고 찬찬히 해결하고자하는 사람은 무엇인가가 종이에 쓰여 지고 차츰차츰 자기의 생각이 발전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는 황당한 처지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잠재의식이 배제 될 것이다. 수학 아닌 다른 학문의 시험문제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숱한 문제의 공통점은 출발위치와 어떤 장비가 주어지고 어렴풋이 혹은 확실히 예상되는 목적지를 향하여 찾아가는 작업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가깝지 않다고 느껴질 경우에 그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이나 방법이 많은 쪽이 쉬운가 아니면 어려운가. 이것은 이현령 비현령식의 혹은 조삼모사식의 대답을 기대하는 질문이 아니라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수학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제일 수월한 학문이지만 수학은 속임수가 없는 정확한 마술이니까 그 끝을 찾아가는 방법은 비좁고 힘든 한 두가지 길로 여겨진다. 화투나 바둑, 장기같은 게임이 어려운 것은 이들이 바로 수학을 빼닮은 면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수학의 이와 같은 속성은 가히 우주의 줏대나 버팀목의 당위성을 입증해주고도 남는다. 수학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같은 것을 지워주는 버거운 상대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직접적으로 혹은 전문가의 손으로 수학을 이용하여 버거운 사회문제나 인생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우리는 자연의 일부, 그것도 좁쌀이나 창해일속에 불과하므로 수학에 얽매이는 것은 곤란하다. 종국은 자연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게 대세일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수학을 몰라도 본능적으로 혹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인생문제를 해결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수학으로 인하여 얻는 인생 문제에 대한 반대급부랄지 반사이익은 누구든지 그것을 놓치면 손해 일뿐만 아니라 애꿎은 세월만 무료하게 허송한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문제의 해법을 더욱 어렵게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닌가. 수학의 속성이나 수학적 사고방식을 우리의 인생문제에 견주어 이용은 고사하고 생각만하여도 수월하게 느끼는 것이 하나의 수확일 수 있다면 이는 결코 수학예찬론만을 펴고자 하는 몽상의 정신이 아닌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별로 의지하지 않고 누가 뭐라 하던 철저히 자기의지대로 생활한 방식은 인생문제를 단순하게 보았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신, 즉 선신과 악신이 있고 이들은 전부가 하나님의 휘하에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정신이 악신에게 빼앗겨서는 인생문제가 자꾸 꼬여진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선행을 하거나 올바른 직업정신과 학문하는 정신으로 행동하며 하나님께 기도함으로서 선신과 친해질 수 있고 인생문제도 비교적 원만히 해결하면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정신의 힘이 삶의 재미와 가치를 받쳐주고 쌓아가고 있는 셈이 된다. 이들에게는 그저 확실하게 하는 일이 있어 행복하고 건강하여서 행복한 것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시는 분들은 자기 자신에게 기도하면서 바른 정신의 힘을 길러 직접 자기 삶의 가치를 쌓아 가면 종교인들이 흔히 말하는 실락원이 점차 복락원으로 사바세계가 점차 서방정토로 변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김양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