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편집장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너에게 있어 단대신문은 무엇이냐고. 단대신문이 뭐길래 그것 때문에 죽고 사냐고 묻곤 했다. 그럼 난, 머릿속의 수많은 혼란을 뒤로한 채, ‘그것은 생활’이라고 답했다. 그랬다. 나는 대학 3년동안 단대신문과 함께 생활했다. ‘이번호에는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할까’를 결정하는 편집회의부터 취재, 기사마감, 편집, 배포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한학기, 3년동안 내 생활은 단대신문과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기자’라는 명함 뒤에 숨어 있는 그 혼란스러움을 푸는 것은 내가 단대신문사 기자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것은 또한 ‘과연 대학신문 기자로서, 단국대학교의 신문사 기자로서 내가 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과도 같았다. 단대신문이 이 시대 대학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남겨두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한편으로는 우리 대학이 발전하는데 기여했다면 위 질문들에 대한 내 스스로의 답은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가치있는 답은 신문을 제작하는 후배 기자들의 계속되는 고민 속에 찾아지게 될 것이다.
단대신문을 통해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현실과 이상속에 번뇌했던 내 젊은 시절을 운명처럼 맡기게 되어, 미래와 사회를 볼 수 있는 힘을 기른 것에 감사한다.

오규욱 취재부장

사랑하던 이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 괴로움이 처음이라면 그 아픔은 더 할 것이다. 마치 때 이른 초경의 배앓이처럼 바로 지금 난 이별을 전하려 한다. 내 첫사랑에게.
스무살, ‘대학’이란 낯선 곳에 들어와 잠시 넋을 놓고있던 나는 너무도 우연히 그를 알게되었다. 그런 내게 그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먼저 그는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이는 지금도 그 은혜가 극진하여 아직 다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법을 배우게 했다. 또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비법을 전수해줬다.
그리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대신문’은 내가 처음 도전한 ‘첫사랑’이었다. 신문을 마시고, 신문을 노래하고 신문에 춤췄던 지난 3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선배를, 동기를, 후배를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제 그 사랑이 내게 더 큰사랑을 위해 떠나야 한다 말하고 있다.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 난 잠시 멀어지려 할 뿐이다. 언제라도 첫사랑의 기억에 가슴 한 구석이 간지러워 질 때면, 어김없이 다시 그대를 찾아오련다. 그리고 또 다시 춤을 추련다…

양민정 총무부장

작년 4월. ‘사라지는 한국문화’취재를 위해 외줄타기 기능 보유자 김대균 씨를 찾아간 적이 있다. 무형문화재란 명칭에 걸맞게 그는 외줄 위를, 굵지만 두발로 디디기엔 턱없이 가는 동아줄 위를 성큼성큼 걸었었다. 넋을 읽게 하는 그 자연스러움. 물론 그 뒤엔 눈물겨운 훈련이 거듭됐겠지…
지난 3년 나 역시 ‘줄’을 탄 기분이다. 첫 발을 디뎠을 당시의 흥분과 설레임. 모든 것이 자신만만하던 그때 겁 없이 올라섰던 나에게, 그 위의 세상은 생소하고도 색달랐다. 한 발 한 발, 긴장의 연속. 이제 좀 똑바로 서볼까 하면 부는 바람. 꾸지람, 질책, 다른 기대. 잠깐 한눈팔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균형 잡기란 항상 버겁다. 그래도 한 걸음 디딜 때마다 펼쳐들 수 있는 결과물에 뿌듯해서, 함께 줄을 타는,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이 좋아서 부지런히 걸었다. 그렇게 멀고 길게만 느껴지던 3년의 ‘줄’은 순간 순간의 고민들을 없애는 사이 조금씩 밟혀져 나갔다.
그리고…‘자, 이제야 제대로 된 걸음을 띄어 보는구나!’ 익숙해짐에 기뻐하려는데 줄타기는 끝났다. ‘진작에 좀 더 똑바르게, 자신 있게 걸어볼걸….’ 긴장이 풀리며 허탈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앞만 살피기 급급하다 이제야 뒤돌아 볼 여유가 생겼는데 말이다.
이제 내가 걸었던 ‘줄’은 둘둘 말려 기억의 창고 한 구석으로 들어갈 터. 하지만 어디에 서게 되든 두렵지 않을 자신감.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남겨지기에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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