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 difranco, 아름다운 정치적 뮤지션

페미니스트로서의 당찬 삶을 산 디프랑크


내가 배우고 있는 지식이 세계는 커녕 내 삶조차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때, 그 막막하고도 절대적인 절망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자유란 끊임없는 저항’임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 그것은 얼마나 이음새 빠져 있는 삶이며 결핍된 젊음일까. 신념과 생활의 일치, 그리고 자유를 향한 구체적인 저항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마치 아니 디프랑코의 삶처럼.
아니 디프랑코는 1970년, 뉴욕의 버팔로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부터 기타를 치며 비틀즈를 불렀고 열 여섯 살 때부터 곡을 만들었던 그녀는 스무살 되던 해 자신의 레이블인 라이쳐스 베이블(righteous babe는 ‘당당한 여자’라는 뜻)을 만든다. 스스로 기업형 음반산업의 주류에서 벗어나 철저히 인디정신으로 무장된 자신만의 음악활동을 개척했던 것이다. 자신의 차에 음반을 싣고 다니며 라이브 공연으로 팬층을 확보한 그녀는, 커피 하우스와 대학행사에서 대형 포크 페스티발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자신의 모든 앨범과 관련된 디자인, 패션, 홍보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거대자본기업에 의존하지 않았다. 모든 음반작업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89년(데뷔당시)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복사해준 소규모 음반 제작회사에서 여전히 음반을 찍어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수성잉크로 자신의 티셔츠를 만들고 있다.
80년대 이후 기존의 전통적인 포크 문법에 반기를 들었던 안티포크의 강경한 노선을 취했던 그녀의 음악은, 더 이상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포크를 거부한다. 어쿠스틱 기타를 독특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음성 또한 결코 단조롭지 않다.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이슈들에 노골적이고 거친 언어를 내뱉으며 펑크, 소울, 힙합, 재즈의 장르를 아우른다.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그녀의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분노하게 한다. 그녀는 관객들 앞의 스타만이 아니다. 흑인인권운동에 앞장서 활동하고 여성들의 낙태 선택권을 위한 록 포 초이스(Rock For Choice)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음악에서의 검열에 반대하는 단체인 PMRC에의 참가하는 등 그녀의 음악활동은 그 자체가 저항이며 정치적 선언들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이며 인종차별적인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 약자의 삶을 담아낸다. 그것은 결코 피해의식이나 자조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낙태 경험을 밝히고 양성애자임을 당당히 커밍아웃하며, 페미니스트로서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거칠게 표출하기도 한다. 그녀는 어떠한 권위에도 주눅들지 않으며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삶 뿐 아니라 주변의 상황마저 역전시키는 저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1990년대 가장 예찬받는 페미니스트 가수로서 이름을 남겼다. 현재도 파워풀한 여걸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녀가 세계를 음악으로 접속하는 방식, 그것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 신념과 의지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수많은 가수들이 달콤하고 정적인 노래로 낭만적 사랑을 그리는 동안 그녀는 부조리한 세계와 정면으로 맞붙어 싸워왔다. 스스로 ‘예쁘기만 한 여자아이’가 되기를 거부하고 그 이상의 것-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몸으로 읽으며 이겨낸 것이다. 삶이 전면에 투사되는 음악, 자신와 타인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구원하는 정신. 그것은 우리에게 무수한 반성과 감동을 안겨준다. 책 속의 지식과 삶이 분리되어 버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자기 자신의 삶을 바꾸는 힘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과정, 타인과 나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들인 것은 아닐까. 아니 디프랑코의 음악이 내게 주는 것은 페미니스트로서의 당찬 삶,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저항정신, 바로 그 이상이다.
이진주<국문·3> pearl2819@hanmail.net


▲ 2004년, 여성의 낙태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한 디프랑코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진주  pearl28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