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 관점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자

대한민국은 잠재력이 세계 그 어느 나라 보다 대단히 큰 나라입니다. 불과 반세기 전, 강포한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收奪)을 겪고, 남북으로 분단되고, 세계전쟁에 버금가는 큰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아닙니까? 그런 나라가 반세기만에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이룩해 낸 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로서는 유일하게 올림픽도 치르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광복 60년만에 대한민국이 이룩한 업적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일에라도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경제위기(經濟危機)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친북세력에 의해 나라의 정체성(正體性)이 무너지고 곧 적화(赤化)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를 생각해 보고, 또한 현재 우리의 모습에 대한 상반된 두 시각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에게는 지금 절망과 희망, 쇠락과 번영, 전쟁과 평화, 분열과 통합의 길이 모두 열려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의 힘을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이땅의 젊은이들이 절망이 아닌 희망, 쇠락이 아닌 번영, 전쟁이 아닌 평화, 분열이 아닌 통합의 희망적 관점(觀点)으로 당당히 오늘과 내일을 맞이하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차원(次元)이 달라지고 있고, 그 차원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경제문제(經濟問題)를 생각해봅시다.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높지만 21세기의 주도산업이라 할 IT, BT산업에서 우리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9월에 발표한 2005년도 국가경쟁력(國家競爭力)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의 29위에서 12계단이나 뛰어오른 17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17개 조사대상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결과에서도 한국은 지난해의 종합 35위에서 29위로 6단계 상승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경제의 양극화 속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희망(希望)과 절망(絶望) 속에서 저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상위층과 하위층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부와 국회, 경제계가 합심·협력한다면, 우리는 세계가 놀랄만한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사회문화(社會文化) 분야에서 우리가 이룩한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전을 들 수 있습니다. 2년 전 미시간 대학의 우정은 교수는「코리아의 미래」에 대한 글에서, 오늘의 한국인들은 미국인보다도 더 많은 시민적 자유를 누리며,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강력히 융합시키고, 생기 넘치는 대중문화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방증 하듯 ‘국경없는 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도(言論自由度)를 아시아 1위권으로 평가했으며, 얼마전 4개 지역에서 실시된 방폐장(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를 위한 성공적 주민투표(住民投票),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와 함께 부정부패가 감소하고 국가의 청렴도(淸廉度)가 향상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조사에 의하면 2005년도 한국의 청렴도(부패인식지수:CPI)는 세계 159개국 중에서 작년보다 7단계 상승한 40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문화수용국(文化受容國)에서 발산국(發散國)으로의 전기를 마련한 한류(韓流),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디지털 문화 등이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南北關係)의 개선과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정치체제입니다. 먼저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지도자가 손을 맞잡은 6.15 공동선언과 이후 금강산관광, 북핵문제의 실마리를 푼 제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 등 일련의 남북 관계는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한 단계 성숙했고, 남북 평화교류의 큰 진전을 이룬 물줄기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남과 북의 자본과 기술,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된 남북경협의 대표사업인 개성공단사업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안정과 번영, 평화통일로 다가가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정치가 혁명적(革命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1인 지배의 보스정치가 사라졌습니다. 2003년 이후 대통령이 당정(黨政) 분리를 선언하고, 당의 인사문제를 비롯한 중요한 의사결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총재로서 당을 지배하고 공천권을 행사하던 과거의 관행을 크게 바꾼 것으로, 보스정치 종식의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이 여야(與野)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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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개정되고 이에 따라 선거가 치뤄짐으로써, 고비용 정치를 청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작년에 실시된 17대 총선(總選)은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여느 선진국에도 뒤질 것 없는 선거였습니다. 다소 심하다 싶을 만큼 정치자금(政治資金)에 대한 제약(制約)이 강화되어 정경유착의 뿌리는 뽑혔고, 정치부패가 발생할 소지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인 젊은이 여러분,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60년 전과 오늘을 비교하면, 오늘의 우리는 얼마나 발전했습니까? 김구 선생의 소원을 향해 우리가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60년 전 그 절망의 시기에 그처럼 위대한 희망을 간구했던 김구 선생을 생각한다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가 절망 속에 갇혀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희망은 희망을 낳고, 승리는 승리를 부릅니다. 미래의 희망을 가지십시오.


■ 본 원고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천안캠퍼스 제3과학관 국제회의장에서 정책·경영대학원 고위관리자과정 주최로 ‘광복 60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희망의 국회’라는 주제로 가진 특강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날 특강 내용은 ‘광복 60년과 대한민국의 현실’, ‘대한민국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정치가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과제와 희망의 선택’으로 진행되었으며 ‘광복 60년과 대한민국의 현실’, ‘대한민국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김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