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듯 하지만 강한 힘 가진 그녀만의 ‘바리’
가무극‘바리’주인공 신영숙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5학기) 원우
“아버지를 위해 지옥까지 가서 온갖 고난을 겪고 무당이 되는 바리공주는 강한 힘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파워풀한 모습이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고전 무속 신화‘바리데기’를 소재로 한 가무극‘바리’의 주인공 신영숙 원우는 자신과 바리공주의 공통점을‘힘’으로 꼽았다. 7공주의 막내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지옥에서 괴물 무장승과 결혼을 하고 끝내 신이 되는 효심 지극한 이야기가 바리데기 설화다. 신영숙 원우도 네 자매 중 막내딸로 얼핏 바리공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리공주처럼 효성이 지극하지는 못하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여러 공연의 소재가 된 유명한‘바리데기’설화이지만, 관객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아버지를 위해 힘든 일을 겪는 바리공주를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아요.‘바리데기’는 어느 누구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졌어요. ”
눈물을 흘리는 관객을 보면 스스로도 더 큰 감동을 받는다는 신 원우는 이번 공연을 위해 실제로 무당에게서 굿을 배우는 등 바리공주만한 수고를 겪었다. 게다가 6일 동안 하루 두 번의 빡빡한 공연 스케줄을 마치느라 지치기도 했지만 신 원우 스스로에게도 배우로서 많은 열정을 쏟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저에게 굿을 가르쳐주신 무당께서 공연을 보시고 감동을 받으셨다고 하셨어요. 비록 저는 연기를 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정말 신이 들린 것 같아 무서웠대요.”
바리공주도 처음부터 강인한 영웅은 아니었다. 15살 여린 소녀가 지옥에 가고 무장승과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된다. 그리고 결국 무당이 되는, 바리공주는 극의 끝으로 갈수록 더 강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이렇게 다양한 지위와 그에 맞는 감정을 한 무대에서 한명의 배우가 표현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제가 나이가 있어서 15살 소녀의 모습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극 속에서 바리공주가 점점 더 강해질수록 저의 에너지도 따라서 더 커지는 것 같았죠.”
효심 지극한 바리공주의 모습은 한국인에게는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웅장하고 환상적인 무대 장치, 대만 출신의 유명 안무가의 구성으로 짜여 진 신비로운 안무와 감성적인 음악이 가무극의 재미를 더했다.
“서양의 것을 리메이크한 다수의 뮤지컬과는 다르게, 한국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동양적인 매력이 물신 풍겨요. 외국인 관객들도 꽤 있었는데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경쟁력 있는 작품이라고 자부해요.”
신 원우는 성악을 전공했다.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는 목소리와 활달한 성격이 뮤지컬 배우와 딱 들어맞는다. 신 원우는 누구든 완벽한 배우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백배로 발휘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에 맡은 역할도 매우 큰 에너지를 필요로 했어요. 하지만 저는 더 큰 무대에 서고 싶어요. 모든 에너지를 다 투자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명성황후처럼요.”
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탐욕스러운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 날 밤에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과 차례로 시간 여행을 하며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원작으로한 뮤지컬‘크리스마스캐롤’에서 스크루지의 상점 종업원‘밥’의 아내역할을 맡는다.
“이번 공연에 제 아들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는 시각장애를 가졌어요. 하지만 아주 끼가 있는 아이죠. 그리고 소년원의 아이들도 함께 공연합니다.‘크리스마스캐롤’과 함께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해요.”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녀는 바리공주 이상의 밝고 활발한 특별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
<조영리 기자>  diadiadl1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