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토목·86졸) 동문의 LA통신

한미 정상회담


비자 면제 문제 공론화 바람직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지금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화해와 평화 통일에 기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이 같은 평화체제로의 전환 협상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는 별도로 남북한과 함께 직접 관련 당사국 간에 개최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이 같은 내용을 근간으로 한 5개 분야의‘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모두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항이지만, 특히 우리 일반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내용도 논의가 됐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배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한국에도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미 보도에서 아는 바와 같이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두 나라의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도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데 대해 부시 미국 대통령은 “주한 대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한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회담에 같이 참석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말했다. 외교부는 현재 우리 국민의 미국 비자 신청 거부율이 3.2%까지 내려왔으므로, 미국의 입국 비자면제 자격 요건인 3% 미만에 가까워졌다며, 불법 체류자 문제 등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자 거부율이 3% 정도로 떨어질 1년쯤 뒤부터는 비자면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발급하는 하루 평균 ‘비이민’ 미국 비자(‘이민’ 비자는 보통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나, 직계 가족을 통한 이민이나, EB-5인 투자이민 비자 등‘그린카드’라고도 불리는 영주권 수속을 밟아 취득하는 비자를 말한다. 통상 영주 할 목적이 아닌 비자이다.) 건수는 대략 1천8백~1천9백건으로 미국의 해외공관 중 가장 많다. 경제활동, 친척 방문, 관광, 학업, 임시취업 등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이 비자 때문에 겪는 불편과 비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제7위 교역상대국으로 지난해 무역규모가 7백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학부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 전체 유학생의 9.4%로, 중국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차지한다. 한국은 이제 이에 상응한 대접을 미국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고, 미국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것은 ‘B1(단기상용방문)’ ‘B2(단기관광)’비자다. 한번 발급받으면 10년 동안 유효하며, 방문 때마다에 입국 심사관이 최장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스탬프를 찍어 준다. 미국은 현재 ‘입국비자 면제 프로그램(VWP·Visa Waiver Program)’에 따라 관광 및 상용방문 목적(B1 B2)의 경우 90일까지 비자 없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와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27개국이 이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있다. 한국인의 미국 입국비자 면제 보도를 접한 이곳 한인들은 모두 환영하고 있다. 미주총연 김재수 고문변호사는 “비자면제 국가로 지정되면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이곳 한인 사회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한인회 조동진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세번째로 큰 규모의 군대를 보내놓고도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자 면제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있는 한국을 제대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하며, 큰 기대를 보였다.
미국에 돈을 쓰러 가려고, 추운 겨울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부터, 주한 미국대사관 담벼락에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있는 전투경찰과 함께, 길게 줄을 늘어서지 않아도 될 날을 바라는 것이 큰 욕심일까?
okjin2467@yahoo.co.kr

▲ LA한인타운 올림픽가와 웨스턴 길 교차로의 모빌 개스 스테이션 가격 안내판. 제일 싼 레귤러가 갤런(3.75리터)당 2달러 43센트라고 표시돼있는 것을 길건너 풀무원 광고판에 그려진 어린아이가 마치, 많이 내렸다고 놀란 표정으로 보는 것 같다. 3달러 가까이 됐던 것이 요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진천규  okjin2467@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