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이야기 -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중심으로59

처갓집 재산 문제를 처리해 주다

“도리에 벗어난 방법으로 들어온 재물이나 재화는 도리에 맞지 않게 나가게 되는 법이다”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에게 한 가지 기예를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예나 지금이나 재산 싸움이 항상 문제이다. 그것도 부모님이 피 땀 흘려 모은 재산을 자식들이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혈안이 되어 싸움질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급기야는 법정 싸움으로 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모님이 재산을 물려주시면 감사히 받고 잘 지키면 될텐데 왜 그리 욕심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고생하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 부모님의 마음인 것을…. 그러한 마음을 제대로 안다면 재산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수백 억대의 재산을 가진 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이 갑자기 죽게 되자, 자식들 간에 재산 싸움이 일어나 급기야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었다. 이 와중에 사위들이 더 날뛰었다고 하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아무리 견물생심(見物生心)과 탐욕이 발동해도 그렇지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삼우제(三虞祭) 때 장인의 영정을 묘 앞에서 사위가 내팽겨쳤다니…. 그것도 지하에 누워 계신 망자(亡者)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 사위는 소위 뼈대 있는(?) 집안의 자식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왔다 하니 금수만도 못한 인간 말종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신 분은 생전에 부모가 물려주신 재산을 잘 지켰을 뿐만 아니라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겼던 분이었다. 그런 분의 자식들과 사위들이 이렇게 개판(?)을 쳤다니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극소수이겠지만, 세상이 갈수록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부하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고 한 공자(孔子)의 말은 이제 옛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대학(大學)』에 보면 ‘거슬리어 들어온 재물은 역시 거슬리어 나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도리에 벗어난 방법으로 들어온 재물이나 재화는 도리에 맞지 않게 나가게 되는 법이다. 부디 사람의 도리를 행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미암일기』를 보면 처갓집 재산 문제를 유희춘이 처리해 주는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제사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에 송군직(宋君直) 부처(夫妻)와 중량(仲良)의 후실(後室)과 송진(宋震)이 모두 왔다. 나는 중량의 후실(後室) 안씨(安氏)에게 청하기를 ‘송진의 어머니 조씨(趙氏)의 전답(田畓) 중에서 사들인 전답을 도로 송진에게 줘서 벌어먹게 하십시요’ 하자, 안씨가 그 말을 따르겠다고 하고 전일(前日) 일단 주었던 논 3석(石) 8두락지기와 금전(錦田) 1두(斗) 5승(升) 지기까지도 주겠다고 모두 허락을 했다. 가이 어진 계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송군직이 화를 내어 원망하는 말을 많이 하고 나가버리고 모든 내실(內室)들도 밥도 안 먹고 가버렸다. 그래서 아내가 몹시 괘씸하게 여겼다. 송군직이 어두워질 무렵에 다시 와서 말을 잘못했다고 사죄를 하여 서로 풀고 갔다.… 아들 경렴이 우리 부부의 명을 받아 안씨가 허락한 전답의 문기(文記)를 갖고 안씨에게 찾아가 수결을 해줄 것을 여쭈었더니 안씨가 따라주었다. 안씨가 송군직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선(善)을 따르기를 물 흐르듯 하니 현모(賢母)라고 할 수 있다.”
유희춘이 처갓집 둘째 처남의 아들인 처조카에게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주기 위해 처갓집 식구들을 설득하여 전답을 주자고 간곡히 권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처갓집 식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이를 무리 없이 처리하였다. 이처럼 유희춘은 처갓집 재산문제 처리에 관여를 하지만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유희춘은 돌아가신 장인이 자신을 끔찍이 아껴준 것을 항상 감사하게 여겼을 뿐 아니라, 처갓집 일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사위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했던 것이다.
요즈음 사위들 중에는 처갓집에 빌붙어 사는 경우도 허다한가 보다. 물론 형편이 어려워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요, 또 사위도 자식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충분히 살 방도가 있는데도 처가에 의지하려 한다면 마땅치 않다고 본다. 이는 자기 본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모나 장인·방모는 자기 자식이나 사위 내외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를 빙자하여 본가나 처가의 신세를 지려고 한다면 도가 지나친 것이요, 자식으로서 사위로서 떳떳하지 못하다. 그리고 자기가 잘 살면 능력 범위 안에서 본가와 처가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개중에는 자기 부모를 나몰라하는 부부도 있다. 이는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부모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하기야 요즈음의 세태가 부모·형제야 어찌 되었든 본인만 편하게 안주하려는 세상이다 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보면 ‘황금이 상자에 가득함이 자식에게 한 경서를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에게 한 가지 기예를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그리고 본가나 처가를 막론하고 자식으로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자. 죽어서 돈 싸들고 가는 사람 없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