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도슨과 하인즈 워드

피부색을 떠나 기회를 주는 사회


한 달쯤 전 한국에서 가장 큰 뉴스를 장식했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벌써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되었겠지만 당시엔 한국 언론을 뒤 흔들었던 뉴스 메이커들이다.
1976년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즈 워드는 미국 프로 풋볼(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소속된 프로 풋볼 선수로, 지난 달 6일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필드 구장에서 열린 제 40회 슈퍼볼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경기 4쿼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터치 다운을 기록하는 등 두 차례 중요한 리시브를 기록하며 소속팀 피츠버그의 승리를 이끌며 최우수 선수상(MVP)까지 수상함으로써 미국 프로풋볼선수로서 최고에 올랐다. 워드는 어머니 김영희씨는 나의 인생과 함께한 사람이라며 “어머니는 먼 한국에서 이곳 미국으로 와서,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가족도 없는 이곳에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당시 시간당 4달러 25센트를 받는 식당 접시닦이에서부터 호텔 청소부, 식료품 가게 점원 등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워드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깨끗한 옷을 입으며 운동을 하도록 정성을 다해 오늘의 워드를 가능케 했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3살도 안돼 경찰서 앞에 버려진 뒤 발견돼 고아원에서 6개월 생활하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부근의 베일이란 도시에서 스키강사를 하던 마이크 도슨 부부에게 입양된 토비 도슨(한국이름 김수철)은 지난 달 15일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 언론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베일이란 작은 마을에 도착한 토비 도슨은 수줍음이 많은 어린아이였다. 다른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양어머니에게만 매달렸던 토비는 스키장에만 가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4살 때부터 스키를 혼자 탈 수 있을 정도였고 6살 때부터는 각종 스키대회를 휩쓸며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 갔다. 10대 시절 피부색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방황을 하며, 남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이 싫어 말수도 적어졌다. 지난 1월 미국 유타주 팍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스키 모굴에서 우승을 해 미국 대표선수로 선발되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혼혈인 모임 ‘워싱턴 다문화가족협회’의 오흥주 회장(52)은 “해방 뒤 60년 동안이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던 혼혈인 문제가 워드 열풍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피부색 때문에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해야하며, 모든 것이 서로 섞이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인들이 이제는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인인 워드에게는 열광하면서 정작 한국내 혼혈인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면서 “한국인들은 머리 색깔을 빨강, 노랑, 초록색으로 바꿀 줄은 알아도 머릿속 생각은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피츠버그 포스트>신문은 지난 달 17일치 사설에서 “워드에 대한 찬사가 한국 사회의 혼혈인 차별을 일소하지는 못할 것이며 보다 인종적으로 개방적인 미국조차도 인종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혈연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을 통해 움직여져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에 필수적인 것이며, 인간 관계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을 인식하고 있는 한 우리 미국은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미국이 결점은 있지만 워드에게 남을 능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워드는 이제 이러한 이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에 마치 벼락과도 같이 그 이상을 일깨워줬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이름도 없이 ‘K06-2879’라는 명찰을 달고 미국 땅 어디론가 입양 부모를 찾아 떠나는 제2,제3의 토비 도슨은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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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한인타운 인근 행콕 팍의 한 초등학교 유치원반 학급에서 피부색깔이 다른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어릴 적엔 이들도 전혀 이상스럽지 않게 어울리지만 10대 중반 쯤 사춘기를 거치는 시기부터는 피부색대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