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미주 한인에게 자긍심을 준 대회

한국사람 모두가 분통이 터지는 일이 벌어졌고 경기는 끝이 났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예선 성적을 포함에 연달아 6번을 이기고도 준결승에서 일본을 세 번째 다시 만나 1번을 지는 바람에 결승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전적으로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WBC 조직위원회에서는 애당초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전부인 미국과 도미니카가 결승에서 만날 것을 예상해 보통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어긋난 대진표를 만드는 등 대회 규정을 만들었다.
기록의 운동경기가 야구라고도 하지만 결국 스포츠는 겨루어 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조직위의 바람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소속 선수 모두가 미국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미국과 도미니카가 최종 결승에서 만나 메이저리거들의 잔치를 예상했으나 전혀 그렇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소위 메이저리거들이 단 한명도 없이, 메이저리그를 빼고는 세계 제일이라고 알려진 쿠바와 메이저리거라고는 스즈키 이치로와 오츠카 아끼노리 단 두 명이 소속된 일본이 결승에서 붙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세한 경기 내용이나 시시콜콜한 소식까지 오히려 여러분 들이 더 소상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가?
결국은 돈과 연관이 있다. 이번 대회 자체를 성사시키고 주도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조직은 미국의 메이저리그사무국(MLB) 밖에는 없다. 엄청난 TV 중계권료 등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MLB 말고는 어느 나라에서 운용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미국 말고 다른 나라 관계자는 어떠한 규정이 나오더라도 제대로 말 한번 못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회가 성사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지난 15일 밤(현지시간) L.A 인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본선 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미국 현지 TV에서는 중계를 하지 않았다. 광고가 붙지 않아 그런 것이다. 앞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경기는 미리 예정된 시간대를 옮기느니 어쩌니 우여곡절 끝에 원래대로 진행이 된 일이 있다. 광고 시간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애너하임에서 열린 한일전에 4만 여명의 관중 중에 한인 3만 여명이 찾아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한 곳에 한인 3만 명 이상이 모인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열광적인 응원은 처음 본 것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 관중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
장내 안내 방송도 영어로 선수 소개를 하면 곧이어 한국어로 소개를 했다. 마치 한국의 잠실야구장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져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경기에서 통쾌하게 이기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열광적이었겠는가. 더구나 일본을 말이다. 이승엽 선수가 워낙 실력이 있고 이번 대회에서 잘하기도 했지만 에인절스 구단 등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국 관중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다. 입장료 수입에다 여러 가지 부대적인 수입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미주 한인에게는 1.5세 2세 등에게 뜨거운 자긍심을 불어 넣어 준 대회이다. 나도 아이들과 고맙게 잘 보았다.
okjin2467@yahoo.co.kr

▲ 3만 여명의 한인들이 에인절스타디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 팀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