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토목·86졸) 동문의 LA통신(65)

LA 마라톤 대회의 풍경


1,000명 가까운 한인들을(LA마라톤 홈페이지에 등록된 참가자 명단 중에 성씨를 분류한 개략적인 수치임)포함해 2만5,200여 명이 참가한 제21회 LA마라톤이 지난 19일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을 잇는 26.2마일 구간에서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온 7명의 휠체어 그룹을 포함해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참가한 선수들과, 다운타운 휘게로아 스트릿과 5가 코너의 출발부터 마틴루터킹 주니어 블러버드, 엑스포지션 팍, 크렌셔, 베니스, 라 시에네가, 피코, 세인 빈센트, 윌셔. 6가 스트릿, 그래머시. 윌튼 플레이스, 올림픽 블러버드를 지나는 길가에는 끊이지 않게 늘어선 시민 10여만 명이 함께하는 등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잔치마당이다.
23마일 지점 한남체인 앞에 설치된 간이무대엔 유수경 가야한국전통무용단과 도산체육관 소속 태권도 시범단 등 50여명이 부채춤, 북춤, 태권도 겨루기 등 다양한 한국 전통문화를 선보였다. KNBC 방송의 모닝뉴스 앵커인 제니퍼 비오클랜드는 “매년 마라톤 취재를 나오지만 코리아타운 구간은 여러 가지 공연으로 꾸며져 LA마라톤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코스 곳곳에서 펼쳐지는 간이 공연은 멕시칸, 재패니즈. 차이나타운, 에쿠아도르, 과테말라 커뮤니티 등과 미드시티 상공회의소, 헐리웃 예술단, 캘리포니아 청소년센터. 런 투 윈 공연단 등 10여개의 간이무대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져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행콕 팍 지역을 지날 땐 어린 아이가 오렌지 깎아 가지런히 담은 쟁반을 받쳐들고 지친 마라토너들에게 권하는 모습, 동네 주민들이 자기 집 앞에서 사탕과 초콜렛 등을 바구니에 가지고 나오고,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라서 집어주는 등 주민들과 마라토너가 오늘 만큼은 인종과 국가를 넘어선 한 가족과 같은 모습이다.
올해 참가자 중 최고령인 79세의 한인 김병례씨는 6시간 12분 33초의 기록으로 75~79세 그룹 21명 중 7위를 차지했다. 7번째 참가한 김씨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게 돼 기쁘다”며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뛰었는데 지난 해보다 30여 분이나 빨리 들어와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나와서 또 뛰겠다. 마라톤을 시작하고나서 잔병치레가 싹 없어졌다.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헌만(43살.자영업) 명숙(39살)씨 부부는 정기(13살), 진혁(12살) 두 아들과 함께 완주를 했다. 심장수술을 받은 친지가 마라톤을 시작한 뒤 건강해지는 모습을 본 뒤 부인과 함께 한인 마라톤 클럽에 가입한 박씨는 아이들에게도 권해 가족 모두 마라토너가 됐다. “힘든 코스를 잘 따라와줘 고맙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이들이 자랑스럽다”며 가족 모두가 끌어 안았다. “완주했다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완주를 하고 나니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아이들은 기뻐했다. 한인 마라톤동호회 KMC 회원 이경아(54살)씨는 처음 출전한 남편 지성호(57살)씨를 3마일 정도 남긴 한남체인 앞에서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가장 힘들다는 곳에서 결승점까지 함께 뛰면서 격려하기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필자는 지난 1월 3일치 단대신문 신년호 칼럼에서 LA마라톤 완주를 하겠다고 독자 여러분들과 약속을 했다. 첫 출전해서 6시간 49초로 참가자 중 1만 3,449번째로 들어왔다.
여러분들의 새해 계획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okjin2467@yahoo.co.kr


▲ LA 한인타운의 중심가인 올림픽 블러버드를 가득 메운 마라톤 참가자들. 거의 한글 간판이고 한국 전통 무용과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등 이곳을 지나는 마라토너들에게 코리아 타운의 모습을 보여준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