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 개혁과 과제인도주의 부정한 효과없는 법안
미국이 또 다시 갈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방 하원을 통과한 최악의 반이민법인 ‘센센브레너법안’을 둘러싸고 찬반을 지지하는 진영간에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3월 25일) LA 다운타운에는 무려 50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 뒤 최대의 인원이 참가한 시위로 기록되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이민 법안이라는 ‘국경보호. 테러방지. 불법이민 통제법안’(HR.4437. 일명 센센브레너법안)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렇게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이민자들을 형사범으로까지 취급한다. 이제까지 불법체류는 이민관련 민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법적서류 없이 미국에 머무는 것이 연방 형법을 어긴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류 미비 이민자 고용은 물론 교통편, 숙소 제공 등 인도적인 도움을 주는 행위도 밀입국 범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받는 이민 커뮤니티에서는 잘못하다간 모두가 범죄자로 엮이는 사태가 예상되기도 한다. 인도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법안인 것이다. 둘째, 이 법안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더 많다. 합법이민을 장려하고 불법이민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이민개혁은 미국의 오랜 과제이다. 그렇다고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처벌 강화는 밀입국 알선, 위조 신분증 등 불법 조직이 보다 지능적으로 대처를 할 것이고 악덕 업주들의 노동력 착취가 더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다. 셋째, 현실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법이다. 불법이민이 줄지 않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이민 단속이 강화되면 다운타운 봉제업계, 의류업계 등 많은 비즈니스가 마비 된다. 이민자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해결하지 않은 채 강경단속만 내세우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민자 가정들이 추방과 체포의 공포에 떨며 경찰, 병원, 학교, 법정 등 다양한 정부와 사회복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회로부터 한층 더 소외되고 멀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말 천주교 LA 대교구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어떠한 이민법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불법체류자들을 돕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센센브레너 법안이 통과 되었다면 마호니 추기경은 연방법 불복종을 명령한 최초의 미국 추기경이 될 뻔했다.

계속되는 반이민법 제정 반대시위 속에 지난 27일 심의를 시작한 연방 상원 법사위는 하원을 통과한 문제의 ‘HR.4437 법안’, 사면 없는 게스트워커 프로그램 도입안인 ‘스펙터 법안’, 사면이 포함된 게스트워커 프로그램 도입안인 ‘케네디-메케인 법안’ 등 세가지 법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포괄적인 친 이민개혁법안인 ‘케네디-메케인 법안’을 단독안으로 표결에 부쳐 통과 시켰다. 따라서 ‘센센브레너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 되었다.
연방 상원 본회의에서 지난 29일부터 2주 동안 본격적인 이민개혁법안 논의를 시작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반 이민 성향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이어지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현재 1천100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의회가 눈을 감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력한 불법이민자 단속의지를 감추기 않았다.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우리는 하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하원의 이민단속법이 지나치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우리의 합법적인 시스템 작동을 위한 법안”이라고 법사위에서 상정이 무산된 ‘HR.4437 법안’을 재론하기도 했다.
각 정파의 기 싸움이 이민자들의 대규모 시위에 맞물려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okjin2467@yahoo.co.kr

▲ LA다운타운에서 지난 25일 열린 반이민 정책 반대시위에 한인 3백여 명을 포함해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