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59 대마초와 대중문화
대마초, 시대적 아이콘이자 저항의 상징
“마리화나는 당신을 혁명가로 만든다”
대중스타와 대마초는 잊어버릴 만 하면 한번씩 등장하는 단골 스캔들 메뉴다. 한번 사건이 터지면, 방송 3사에서는 심각한 얼굴의 앵커들이 타락한 연예인의 실상을 보도하고, 각종 신문에서는 이 흉악한 ‘마약사범’에 관한 비난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그뿐이랴, 선량한 국민을 배신하고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은 사회적 낙인과 막막한 생계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75년, 당대 청년문화를 주도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포크·록 가수들이 대마초 파동에 휩싸였다. 불온과 퇴폐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박정희 정권의 탄압이 시작되자, 걸출했던 당대 그룹 사운드와 포크 가수들이 대거 구속되었고, 사라진 가수들의 뒤를 따라 그들의 노래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음악인들에게 70년대는 불운과 억압의 시기였다. 막 꽃피우려던 한국 팝이 직격탄을 맞았고, 유신정권은 대중들을 건전하게 만드는 건전가요를 권장하며 건전하게도 문화를 탄압했던 것이다. 대마초 파동 이래 30여년 동안 ‘대마초와의 전쟁’은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된 배우 김부선 씨는 재판소를 상대로 위헌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결과는 물론 패배였지만 그녀의 도전은 흥미로웠다. 그녀가 대마초 처벌이 ‘개인의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그해 출간된 <대마를 위한 변명>(저자 유현, 실천문학사)가 큰 역할을 했다.
세계 보건기구 WHO의 발표에 따르면 “담배는 마약으로 구분된 마리화나(=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그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성과 의존성에서 대마를 훨씬 뛰어넘는 담배와 술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지만, 대마는 흡입하거나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저자는 이 아이러니를 분석하고 대마에 대한 오해를 폭로한다. 대마는 단순한 약물이 아닌, 하나의 시대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인류와 벗해왔던 대마라는 풀이 자유롭게 재배되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억압받게 된 역사는 불과 1백 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마와 대마초가 걸어온 불법의 역사 근원에는 미국의 경제정책과 정치공작의 고리가 팽팽히 작용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떠오른 화학 제지 및 화학 섬유산업의 눈엣가시는 바로 대마였다.(대마는 섬유와 제지산업의 훌륭한 재료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 화학회사 듀퐁은 미연방마약관리국과 결탁해 마리화나 세금법을 통과시킴으로서 대마 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신문왕 허스트는 자신이 소유한 제지자본의 이익을 위해 대마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던 것이다. 대마에 대한 메카시즘적 비난은 인종차별·편견의 온상이기도 했다. ‘멕시코인과 흑인들은 더럽고 게으르다’는 편견의 근거로 쓰인 것이 바로 대마초였던 것이다. 대마를 배제한 화학섬유와 화학제지 산업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촉진시키고 있었지만, 미국은 대마와의 전쟁을 그치지 않았다.
1960년대, 베트남전이 발발하고 서구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갈구했던 시기가 있었다. 신좌파 활동가 제리 루빈(Jerry Rubin)은 “마리화나는 당신을 혁명가로 만든다”고 외쳤으며, 길거리에 나선 젊은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시위를 벌였다. 저항세력에 대한 광기에 사로잡힌 보수적 기성세력은 대마초 금지령으로 맞대응했다. 신좌파 운동가들을 체포하는데 마약혐의를 씌우기 위한 무기였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뿐 아니라, 자본주의와 대마초의 관계를 추적하기도 한다. 자본주의가 대마초를 혐오하고 적대시 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과한 기쁨을 주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마초와 대마초가 상징하는 삶의 방식은 금욕적 노동에 기초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대립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대마초는 억압과 저항 사이에 위치해 왔다”고 명명한다.
서구의 대마초 수난과 우리나라의 대마초 파동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서구의 그것이 저항과 혁명의 상징이었다면, 우리나라의 대마초 파동에는 별 저항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술·담배나 다를 바 없이 흔하디 흔한 풀을 말아 피운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억압한 세력에는 공통점이 많다. 권력은 부패하고 부조리한 기성세력에 대항하는 젊은이들을 억누르기 위해 끊임없이 음모와 메카시즘을 조성했다. 이러한 저변의 관계를 분석하며 <대마를 위한 변명>은 이렇게 외친다. ‘이땅에 대마를 허하라!’고.
이진주<국문·3>
pearl2891@hanmail.net

▲ 대마 합법화 및 사회적 금기해체를 요구하는 문화예술인 선언모습.
이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