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법

목적에 맞는 비자가 없다면 불법체류자


미국에서 불법체류자와 합법체류자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려면 미국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미국 사람도 한국에 오려면 똑같이 한국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상호 협약에 의해 어느 한 쪽이 다른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지난 해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입국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자고 협의해, 2006년 안으로 시행하자고 구체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지만 언제 시행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입국비자는 자기 나라에 주재한 상대 국가 대사관에서 서류신청을 하고, 인터뷰를 해서 받도록 되어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 친지방문(B1,B2)을 목적으로 비자 신청을 한다. 혹은 유학(F1)을 한다던지 취업(H1, H2 등)을 하거나, 한국 회사의 주재원(L1)으로 파견근무를 하러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비이민 비자로 일시적인 방문 비자이다. 중학교 학생이 관광 비자를 갖고 미국에 도착해 입국심사장에서 이민국 직원이 무슨 목적으로 미국에 오느냐고 했을 때, 외삼촌 집에서 공부를 하러 왔다고 하면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대학을 마친 사람이 친지방문 비자로 와서, 형님 집에서 형님 회사 일을 도우려 왔다고 하면 그 즉시 공항에서 되짚어 가야한다. 근거는 미국 비자법 위반이다. 신청서류에 방문 목적란이 있다. 그 목적에 맞는 비자를 갖고 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생각이 바뀔 수는 있다. 관광으로 왔는데, 혹은 친지방문으로 와서 얼마동안 있다 보니 이곳 학교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느 회사에 내게 꼭 맞는 일자리가 있어 일을 하며 돈도 벌고, 미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수가 있다. 사람 마음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으니까. 이것까지 미국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럴 때 이런 상황에 맞는 비자로 변경을 해야 한다. 체류신분 변경이다.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아 이민국에서 비자변경 신청을 하고, 일을 하고 싶으면 그 회사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그 직종에 맞는 적정 임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함) 그 자리에 맞는 서류(대학 전공, 관련 경력증명서 등)를 제출해서, 합당하다는 결정을 하면 그에 맞는 비자를 새로 발급해 준다. 공립 초중고에서는 입학허가서가 필요 없다. 관할 거주 지역에 살고 있다는 증명(전기요금, 전화요금 청구서 등)과 생년월일이 나타난 증명서(일반적으로 여권)만 있으면 무료로 학교에 다닐 수가 있다. 이민법은 이민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있는 사람은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종교나 인종, 피부색깔, 체류 신분 따위는 교육 관계자들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립학교나 대학 이상은 학비도 만만치가 않고 반드시 입학허가서가 필요하다.
일자리만 있으면 증빙서류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소위 전문직이 아닌, 식당 주방에서의 보조일이나 건축 현장에서 목수나 배관공이 아닌 일용직, 혹은 사무실 청소일 등은 학력이나 경력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일자리와 일을 원하는 사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살아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에 맞는 비자가 없으면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가 되는 것이다.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을 몰래 넘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만이 불법체류자가 아닌 것이다. 서류미비자라도 세금은 낼 수 있다. Tax ID 넘버를 발급받아서(체류신분에 관계없이 신청하면 발급해준다.)세금보고를 하면 된다.(매년 4월 15일 이전까지 본인이 세금보고를 꼭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CPA를 통해서 한다. 보통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간단해서 50달러 정도의 수수료면 충분하다.) 서류미비자라도 꼭 세금보고를 해야만 나중에라도 그것을(불법체류자 사면 등) 인정받는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서나 어떻게든, 살아 갈 마음만 있으면 살아 갈 방법은 있는 것이다. okjin2467@yahoo.co.kr

◀ LA인근 ‘라크라센터’ 시티의 12학년 학생들이 친구 집에 모여서, 각 대학에서 온 입학허가서를 보며 대학 진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교 12학년 마지막 학기에 자신의 성적과 에세이 등을 써서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보내면 매년 3,4월쯤 개별 통지를 해준다. 사립대학을 제외한 공립대학에서는 서류미비 학생이라도 거주 지역 주(State)에서 고교를 졸업했으면 유학생 학비를 받지 않는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