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

바람같이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음악


가수 이상은에게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공간을 초월하는 바람 같은 ‘보헤미안’의 정신이 묻어난다. ‘담다디’로 MBC 강변가요제(1988)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당시 국내 음악풍토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듬해 돌연 일본으로 음악공부를 위해 떠났다. 그리고 이후 15년 동안 일본, 미국, 영국 등지에서 12장의 음반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그녀만의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6집 ‘공무도하가’다. ‘님아 님아 내 님아 / 물을 건너 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 그예 물을 건너시네 / 아…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 님을 어이 할꼬’. 죽어가는 남편을 생각하며 울부짖는 한 여인의 슬픈 노래가 2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이상은에 의해 다시 깨어난 것이다. 가슴 애절하고, 절절한 슬픔 그대로…. 특히 ‘공무도하가’는 구도자적인 색채와 신비한 동양적 매력으로 일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무도하가’는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대중성 대신 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6집 이후 팬층이 좁고 깊어지면서 각계의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게 됐고, 비록 대중에게서는 한걸음 물러났지만 그의 상상력은 물 만난 고기처럼 더 자유로워졌다.
즉흥적이고, 가벼운 멜로디만이 가득한 요즘 가요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공무도하가’에는 늘 음악을 통해 자신을 찾고 만들고 자라나는 ‘보헤미안’의 치열하고, 순수한 삶이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인생의 일기처럼 펼쳐진 앨범에는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有>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