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토목·86졸) 동문의 LA통신 제2의 인생
LA가 서울보다 한의원이 많은 이유

한국의 일간 신문사에서 사진부장을 마치고 다시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기자 경력 20년이 넘은 한 사진기자의 앞으로 계획은 미국 LA에 가서 그곳의 한의과대학에 입학을 해 몇 년 공부를 해서 한의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필자의 동료 기자가 지난 달 LA를 다녀갔다. 흔히 말하는 ‘내일모레가 오십’인 나이에, 평소 꿈 꾸어온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소위 시장조사를 위해 다녀간 것이다. 앞으로는 평균 수명이 길어져 보통 팔구십 까지는 산다는데, 4~5년 투자해서 그것으로 20년 정도만 생활 할 수 있어도 얼마나 생산적이고 보람이 있는 일이냐는 것이 이 친구가 내린 결론이다.
LA 한인 타운과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시티 두 곳에 캠퍼스를 둔 ‘사우스 베일로 한의대’는 학생 중 80%가량이 학사학위 소지자이고 의사, 간호사, 종교계 종사자, 예술인, 심리학자,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공부를 한다. 선교를 목적으로 목사, 전도사, 선교사 등이 한의사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산 한의과대학’이 엄귀자 총장은 몽고, 남미 등지에서 의료 선교를 목적으로 한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교목적의 중장년 층은 오히려 젊은 학생보다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고 말한다. ‘삼라 한의대’ 정진석 학장은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소위 만학도의 경우 무척 열심히 학업에 매진한다면서 “한의학은 생활의학이라 재미가 있으며 처음에는 낯설고 힘이 들지만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사우스 베일로 대학의 최락완 교수는 “본인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나이는 공부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한의학은 형이상학적 학문으로 노년층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며 인격완성이나 건강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한의학에선 눈이 아프다고 눈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보는 학문으로 그동안 살아온 인생 경험이 환자 진료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LA에서 유통회사 대표로 있는 조동헌씨가 한의사의 꿈을 안고 63살의 나이에 입학한 뒤 3년 만에, 지난 6일 사우스 베일로 한의대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40년 만에 그것도 아들, 딸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려니 너무 힘들었지요. 강의실에서 첫 수업을 듣는 날은 교수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대학에서는 독일어를 전공했지요. 인문계 출신으로 생소한 자연계 학문을 배우려니 전혀 지식이 없어 힘들기도 했고, 특히 5백군데가 넘는 혈자리 외우기, 해부학, 각종 약초 외우기 등은 무척 힘이 들었다.”는 조씨는 오렌지카운티 플러튼 시티 ‘은혜한인교회’ 부근에 한방병원을 개원할 계획이다. “60평생을 남을 위해서는 살지 못했다. 지금 신학대학원도 다니고 있는데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되면 한의사로서 선교사로서 봉사의 삶을 제2의 인생으로 살고 싶다.”고 희망찬 포부를 펼쳐 보인다.
LA에는 서울보다 더 많은 한의원이 있다고도 한다. 한국에서 보다는 한의사 자격증을 따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쉬워서이기도 하지만, 그 한의원 중에 80% 정도는 병원 임대료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한의사 자격증을 따고도 한의사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50대, 60대의 나이에도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20대인 재학생 여러분들은 어떤 계획을 갖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는 했는가? 스스로 점검을 해 보자.

okjin2467@yahoo.co.kr

◀ 66세의 나이로 지난 6일 한의과 대학을 졸업한 조동헌씨(가운데)가 사우스 베일로 한의대 약재실습실에서 20대 동료 학생들과 함께 실습을 하고 있다.
진천규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