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토목·86졸) 동문의 LA통신 72 여름 방학
책, 사람과 부대끼며 삶을 배우는 시간

학기말 시험을 치루면 곧 여름방학이다. 대학생활 중에 여름방학은 아주 중요하다.
필자가 대학 2학년 때인 1979년 여름. 마지막 과목 시험을 치룬 다음날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나서, 2학기 수강신청 마감 날짜를 놓쳐 추가등록을 할 시기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짐을 가볍게 한다고 텐트는 빼고(노숙은 아니고 ‘비박’이라고 산에서 ‘판초의’를 깔아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고 슬리핑백 위에 다시 판초의를 덮어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막고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빛나는 별을 보며 잤다)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했으나 30Kg에 가까웠다. 아침, 저녁 식사는 밥을 해서 먹었다. 그래서 석유버너에 알콜(버너를 예열시키는데 필요함)과 석유통까지 갖고 다녔다. 저녁에 밥을 2인분 정도 해서 남긴 것으로 다음날 아침 식사를 했다. 점심은 밥을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을 줄인다고 간이식(보통 미숫가루를 걸쭉하게 계곡 물에 개어서 먹었다)으로 했다.
40여일 동안 용대리에서 백담사, 수렴동 계곡,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에 올라 양폭 산장, 천불동 계곡으로 해서 내려오는 설악산 완주 코스를 거쳐, 무주 구천동에서 백련사를 거쳐 덕유산 정상에서 다시 남쪽으로 지리산 자락까지 연결되는 능선을 타고 지리산 천왕봉 꼭대기까지 걸어서 갔다. 아직까지 조선시대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청학동’ 마을을 찾아 간다고 길을 잃어 며칠 몸살을 앓아 민박을 하기도 했다. 목포에서 1,500원쯤 주고 ‘안성호’라는 제주행 배 3등칸(맨 밑바닥)을 타고 왕복을 하며 한라산에도 올라가 백록담 물로 밥을 지어 먹었다.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비바람이 치는 한라산 등반 장면을 보고 당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목포에서 다시 배를 타고 흑산도를 거쳐 홍도에 들어갔다. 강력한 태풍 ‘주디’인가 ‘어빙’인가를 만나 흑산도에서 며칠 발이 묶이면서, 중국 어선 수십 척이 대피해 조그마한 흑산도가 무척 북적이던 생각도 난다. 경북 예천, 경남 진주, 충남 서산, 보령 등지의 <단대신문>선배, 동료 기자의 고향 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렇게 다니면서 우리나라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내게 지금 다시 40여일의 여름방학이 온다면 첫째, 대한민국 일주를 하는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내가 태어난 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다른 나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왜 아직도 경상도에서는 어느 당이 독식을 하고, 전라도에서는 또 어느 당이 휩쓰는지, 강원도에는 어느 계곡의 물이 맛이 있는지, 충청도 사람들은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두 번째는 학교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하며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의 책을 40일 동안 30권쯤 읽고 싶다. 요즘은 영상 세대라고 해서 종이 신문은 잘 읽지도 않고 책을 가까이 하지도 않는 모양이나, 책이야 말로 그 안에 온 세상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세 번째로는 아르바이트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보고 싶다. 내가 땀을 흘려서 어렵게 버는 돈을 어찌 소중하게 쓰지 않겠는가. 그 돈의 고귀함을 배우고 싶다. 네 번째 기회가 있다면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 영어권의 어느 나라에서 또 다시 학원을 다니며(그동안 과외공부며 학원 다닌 것이 지겹지도 않은가) 영어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그 곳 사람들의 삶을 함께 부대끼며 만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대학시절의 여름방학을 앞둔 재학생 여러분, 계획은 세웠습니까.
무엇을 했든지 뿌듯한 마음으로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오는 9월 학기에 만납시다.
okjin2467@yahoo.co.kr

◀ 지난 20일 LA 헐리웃 뒷산을 깎아 만든 노천극장 ‘Hollywood Bowl’에서 한인 2만 여명이 모여 음악축제를 즐기고 있다. SG 워너비, 이은미, 세븐, 김장훈, 이선희, 신승훈, 태진아, 이효리 등의 가수의 열창과 붉은악마 응원단의 시범으로 LA 밤 하늘에 ’대한~민국‘을 울려 퍼지게 했다.
진천규 동문